"수년간 디지털 전환 투자…올해 가시적인 성과 낼 적기"
"고객 서비스 차별화 넘어선 시장 '선점' 효과 이룰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한국투자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본부를 새롭게 꾸리고 '디지털 전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내부 업무와 영업활동을 시스템화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인데, 그 중심에는 최영목 디지털본부장이 있다.

최영목 한국투자증권 디지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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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본부장은 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업에서 디지털과 플랫폼 역량을 경쟁하는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며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절박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업무의 전산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고 데이터 활용 문화를 직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확산해 디지털 고도화를 이루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IT본부와 DT본부, 그리고 정보보호 담당을 통합해 디지털본부를 신설했다. DT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약자로, 기존 DT본부 등에서 추진하던 디지털 전환 작업에 힘을 실었다.

디지털 전환은 회사 내 모든 업무를 시스템에 저장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전략을 수립·이행하는 절차 전반을 뜻한다.

지금도 대부분의 업무를 인공지능(AI) 기반의 콜봇과 챗봇, 로보틱처리자동화(RPA) 시스템으로 처리하지만, 미처 디지털화하지 못한 일부 업무를 시스템화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정일문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을 '조직 전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체계의 완성'이라고 정의 내리고 회사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해 말 단행된 한국투자증권의 조직개편에서 핵심은 사실상 디지털본부 신설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 본부장은 "디지털화된 매뉴얼보다는 개인의 암묵적 지식에 의해서 업무가 수행되면 담당 직원이 인사 이동하거나 퇴사할 때 지식이 유실돼 회사의 입장에선 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며 "개인의 역량으로 유지되는 사내 업무를 디지털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온라인 시대에 디지털 전환이라니, 새롭지 않은 화두를 왜 이 시점에 꺼낸 것일까. 그 이유를 묻자 최 본부장은 "그동안 회사는 수년간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를 해왔다"며 "올해야말로 디지털 전환을 통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트렌드와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었다"며 "비대면 시스템이 확대되고 온라인을 통해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고객 눈높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전환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은 곧 서비스 품질의 향상을 뜻한다고도 했다.

최 본부장은 "거래 분석 등을 통한 축적된 데이터로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인다면 차별화를 넘어서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지난해 4월 한국투자증권이 선보인 트레이딩 오픈 API 서비스 'KIS 디벨로퍼스'를 언급했다. 이 서비스는 국내외 주식 시세 확인, 거래 주문 등 한국투자증권의 트레이딩 서비스를 오픈 API로 제공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픈 API는 외부 개발자나 사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개된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최 본부장은 "카카오뱅크, 토스와 같은 플랫폼 기반 전문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주식거래부터 상품 판매까지 새로운 거래 채널을 확보해 왔다"며 "올해도 카카오페이, 케이뱅크 등 제휴 플랫폼 기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이러한 서비스는 신규 고객 유치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건축공학 분야를 전공한 최 본부장은 1993년 주식회사 대우에 입사해 IT 업무를 처음 접했고 동원증권 시절인 2000년 한국투자증권에 둥지를 틀었다.

2009년부터 10여 년간 부서장으로서 고객시스템부를 이끌었으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진 IT본부장을 지냈다.

IT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최 본부장이지만 증권사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사뭇 다른 분위기에 많이 놀랐다고 한다. 그는 "금융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다 보니 여러 규제로 인해 제도적 한계가 많았다. 제도 안에서 혁신과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사내 업무문화가 보수적인 측면도 있었는데 부서장에 있을 때부터 직원간, 부서간 협업을 강조해 왔고 능력에 맞는 인사배치를 통해 조직을 성장시키려고 힘썼다"고 말했다.

현재 디지털본부 산하에는 IT·DT·정보보호를 비롯해 신설된 데이터 담당까지 총 4개 담당이 있다. 본부 내 직원만 270여명에 이른다.

거대 본부의 수장 자리에 앉은 최 본부장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졌지만 목표만은 뚜렷하다. 올해 디지털본부는 '전사의 수익 증대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여름 예기치 못한 전산사고로 고초를 치렀던 만큼 인프라 구축에 힘을 줬다. 메인 전산센터를 전용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건물로 이전하고 재해복구센터를 확대할 방침이다.

새로 만들어진 데이터 담당을 중심으로 데이터 전략을 수립하고 데이터 활용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진대회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경진대회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직원의 아이디어가 실무에 적용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파이선(Python·코딩 사용언어) 경진대회에서 사모펀드 관리를 위한 정합성 평가방안이 대상을 받았는데 이미 실무에 반영돼 쓰이고 있다. 최우수상을 받은 외부데이터를 활용한 벤처기업 발굴 방안은 올해 3분기 실무에 적용될 예정이다.

최 본부장은 디지털 전환의 완성은 결국 '사람'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리 좋은 데이터를 제공해도 직원들이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비즈니스와 연계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디지털화에 그칠 뿐 디지털 전환이 됐다고 할 수 없다"며 "직원들에게 데이터 활용을 일상화하는 마인드가 갖춰졌을 때, 회사가 추구하는 최종적인 디지털 전환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d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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