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재판부가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치 평가를 둘러싼 공방에서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들의 주주 간 분쟁은 장기전에 접어들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1 형사부는 3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5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지 1년 만의 일이다.

어피니티 측은 지난 2018년 말에 제시한 풋옵션 가격 41만 원을 여전히 고집하는 모양새다.

이날 재판부가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가격 산정 과정에 허위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어피니티 측의 풋옵션 가격 산정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시장에서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를 41만 원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분위기다.

그동안 생명보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데다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며 국내 상장 생보사의 주가가 4년 전과 비교해 40% 가까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추정하는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는 15만~18만 원 수준이다. 이들은 교보생명과 함께 업계 톱티어 생명보험사다.

김재현 상명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는 "어피니티가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무리하게 풋옵션 가격을 제시했다가 신 회장의 반발을 불러오고 결국에 법적인 분쟁에 휘말려 자금회수 기회를 놓쳐버리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어피니티는 신 회장을 압박해 현재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풋옵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시장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줄곧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온 교보생명 측의 입장이기도 하다.

앞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다 좌절한 교보생명은 현재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이를 위한 밑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외 시장에서 합당한 가치를 평가받은 후 적정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고 상호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니티 측의 법적분쟁 유발로 가장 객관적인 풋옵션 가격을 평가받을 수 있는 IPO 기회가 지연된 만큼 이제라도 주요 주주의 역할에 맞게 적극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며 "회사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금융지주사 전환, IPO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보생명은 지난해부터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오랜 시간 주주 간 분쟁에 발목 잡혀 있었던 교보생명이 미국 증시 상장과 함께 지주사 전환을 '투트랙'으로 추진하면서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선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36.91%를 제외한 대다수 지분을 재무적투자자(FI)들이 나눠 소유하고 있다.

오랜 시간 교우해온 코셰어 인베스터스(9.79%)와 타이거홀딩스(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원연금·7.62%)를 비롯해 가디언홀딩스(어피너티·9.05%), KLI인베스터스(어펄마·5.33%), 헤니르 유한회사(IMM PE·5.23%), KLIC 홀딩스(베어링PEA·5.23%), 한국수출입은행(5.85%), 에이핀 인베스트먼트(싱가포르투자청·4.50%) 등이 대표적이다.

교보생명은 이르면 이달 열릴 정기 이사회에서 금융지주사 전환 관련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건물
[촬영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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