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구성 상법 위반…분리선출제도 악용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 태광산업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최근 2년 평균 0.3%에 불과한 배당성향을 상장사 평균인 20%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트러스톤은 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주주서한을 태광산업에 보냈다.

주주서한에서 우선 태광산업이 본질가치에 비해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태광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7일 현재 0.17배로 상장사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현재 3조 원에 육박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8천억 원에 불과하다.

실제로 태광산업은 순 현금만 1조1천억 원, 상장주식 1천500억 원, SK브로드밴드 주식 8천억 원, 투자부동산 8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부채비율은 지난 2014년 이후 30%를 넘은 적이 없으며, 최근 10년간 누적 영업이익은 8천억 원, 이자보상배율은 50배가 넘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건실하다.

실적은 양호하지만, 주주환원은 인색하다. 이 회사의 최근 2년간 평균배당성향은 0.3%로 전 상장사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트러스톤은 주주환원에는 인색하지만 대주주를 위한 자금지원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 큰 결정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주주가 같다는 이유로 지분을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흥국생명의 4천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다 소수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결국 흥국생명이 보유 중인 흥국화재 주식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우회지원에 나섰다.

이에 대해 당시 주식시장에서는 '과실은 대주주가 챙기고 위기만 소수 주주와 공유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이호진 전 회장이 보유 중인 티브로드 주식 1천억 원어치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아무 대가 없이 사실상의 금전적인 혜택을 이 전회장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행태가 되풀이되는 것은 지배구조, 특히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트러스톤의 분석이다.

트러스톤은 또 태광산업의 현재 이사회 구성이 상법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 잇따라 2명의 분리선출로 감사위원을 선임했다. 이는 1명의 감사위원만 분리선출로 하도록 규정한 현행 상법을 위배한 것이다.

트러스톤은 올해 임기 만료되는 감사위원 자리를 염두에 둔 소수주주의 주주제안을 막기 위한 꼼수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 유권해석에 따라 지난해 분리선출된 감사위원의 경우 분리선출 자격을 상실한 만큼 올해 주총에서 공정한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대주주만을 위한 경영행태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사회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공정한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가 반드시 선임돼야 하며 이 자리에 조인식 전 국민연금CIO 직무대리를 추천했다. 조 전 국민연금 CIO 직무대리는 33년간 증권 생명보험 국민연금 등 굴지의 투자기관에서 경험을 쌓은 투자 및 재무 전문가다.

트러스톤은 또 주주환원을 위해서는 현재 상장사 최하위 수준인 배당성향을 국내 상장사 평균인 2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지난 연말 회사 측이 발표한 12조 원 투자계획에 대한 설명회 개최를 지속해서 요구했으나 아직 답이 없는 만큼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더는 투자 때문에 배당할 여력이 없다는 식의 해명은 믿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주가 저평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는 거래 부진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과 액면분할이 필요하다는 게 트러스톤의 입장이다.

지난 7일 기준으로 태광산업 주가는 72만7천 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2위이며 최근 1년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554주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네 번째로 작다.

트러스톤은 조만간 이와 같은 요구사항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회사 측에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태광산업
[연합뉴스TV 제공]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4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