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작년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역대 최악인 마이너스(-) 8.22%를 기록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수익률 제고를 위한 특단 대책을 주문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물가 상승에 대한 불충분한 헤지가 저조한 수익률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이를 심층 분석한 기사 4편을 송고합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탈(脫)세계화'를 의미하는 지역적인 파편화(Fragmentation) 등 영향에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작년 최악의 운용 성적표를 받아 든 국민연금을 두고 인플레이션에 대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급액은 물가 상승에 연동해 늘어나는데 운용 부문에서 이를 충분히 대비하지 않아 연금 고갈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아쉬운 평가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국민연금 급여액을 5.1% 인상해 지난 1월부터 이를 적용하고 있다. 5.1%는 작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한 숫자로, 이에 따라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약 622만 명이 연금액 상승의 혜택을 누린다.

물가 상승분만큼 보상받으니 수급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다만 문제는 국민연금의 재원이 물가가 오른다고 자동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금 지급액(부채)과 지급 재원(자산)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 Asset Liability Management)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 국민연금의 ALM이 물가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입수한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국민연금의 예상 지급액은 33조1천억 원이다.

여기에 올해 인상해준 물가 상승분 5.1%를 적용해 역산하면 33조1천억 원 중 물가 때문에 늘어난 지급액이 1조6천억 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물가에 대한 헤지가 충분했다면 1조6천억 원의 지출은 추가적인 출혈 없이 방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물가 상승이 지속된다고 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만약 5%의 물가상승률이 향후 10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국민연금 지급액 증가율은 10년 누적 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5%의 10년 복리)

과거 물가가 낮았던 시절에는 계산에 포함하지 않아도 무방했던 지급 부담액 증가분이 고물가 시대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국민연금이 운용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지출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인구 구조상 연금 고갈이 이미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분 지급 이슈까지 덮친다면 피해는 연금 가입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급여가 인플레이션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부채는 물가에 연동해 늘어나는데 자산은 연동이 떨어진다"며 "그것이 ALM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조금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맞는 지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후생 감소에 국민연금의 재정 악화까지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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