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금융기관 신규거래 전면 중단 등 컨티전시플랜 마련
"순식간에 무너질라"…최악의 시나리오 대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수용 기자 =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무너지는 등 미국과 유럽은행발 연쇄 위기가 터지면서 국내 은행들도 긴급 점검 태세에 들어갔다.

은행들은 당장의 유동성 문제는 없으나 해외에서 발생한 불안 요인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위험 금융기관과의 신규 거래를 전면 중단하거나 채권 듀레이션 축소, 추가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등 유동성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고위험군 신규거래 중단·장기채 제한 등 비상계획 수립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연이은 해외 금융사 파산에 따른 컨티전시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윤종규 회장 주재로 열린 티미팅에서 글로벌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추가 파급 시나리오를 고려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지난 주말 실시간으로 시장 상황을 보고받고 급격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국내외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국민은행은 CS발 위기가 국내 크레디트 시장에 전이될 가능성을 유의하며 크레디트 스프레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 주요 통화 변동성을 살펴 포지션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SVB 사태 이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금융기관과의 모든 신규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콜론, 은행 간 대여, 파생거래, 매입외환 등을 일체 하지 않음으로서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만기가 긴 국내외 장기 채권 매입을 제한하고, 현금화가 용이한 고유동성 자산을 우선 확보하는 등의 증권투자 관리 계획을 세웠다.

저축은행 등 계열사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그룹차원에서 선제 지원할 방안도 마련해 뒀다.

신한은행은 위기관리 협의회를 가동하고 CS 위기 등 주요 글로벌 이슈를 모니터링하면서 추가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취약 부분을 점검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제2, 3의 SVB 및 CS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계감에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크레디트 라인 점검에 나섰다.

그룹 차원에서도 자금 경색에 대비하기 위해 관계사별 비상 자금조달계획을 재점검하고, 특히 은행에 대해서는 유동성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보유한 채권 듀레이션을 축소하고 조달 환경을 분산하는 유동성 관리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만기가 도래한 외화 차입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해 리스크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 은행권 리스크 담당 임원은 "최근 자체 회의에서도 일련의 금융기관 사태가 국내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파악하고 향후 어떻게 대응 방안을 세울지 논의했다"며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측이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해 준비하자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촉즉발 금융시장 "안심은 금물…최악의 상황 대비해야"

은행들은 SVB가 붕괴하는 데 불과 48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등 쓰나미 같은 위기가 언제 또 닥쳐올지 모른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SVB는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을 주 이용자로 영업하던 특화은행이었다. 저금리 상황에서 고평가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이후 고금리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낮아졌고, 이들의 자금 수요로 은행 예치금을 빼내자, SVB는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매각하면서 만기 불일치 상황의 유가증권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이다.

CS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투자 실패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청산 등 큰 폭의 손실을 겪었고, 대규모 자금이탈과 내부통제 부적정 이슈까지 불거지며 위기를 맞이했다.

더욱이 CS의 매각과정에서 23조원 규모의 코코본드(AT1)가 완전 상각된 점도 금융시장 불안을 증폭시켰다.

CS의 작년 말 보통주자본비율은 14.1%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나, 스위스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코코본드 상각 조건이 촉발된 것이다.

UBS의 CS 인수로 CS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되지만, 주식보다 변제 순위가 앞선 코코본드가 전액 상각된 점도 시장 우려를 키운 요인이었다.

국내에서도 은행의 리스크 관리 외에 자본 조달 이슈가 남아있는 만큼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은행권 자금 담당 임원은 "신종자본증권 외에도 증자나 후순위채 등을 통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루트가 많다'며 "국내의 경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아직 안정적이고, 자본 여력도 남아있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은행권 리스크 담당 임원은 "아직 국내 지표들이 아직 크게 위험성을 나타내는 상황은 아니지만, 순식간에 대형은행이 망하는 등 시장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 이라"며 "국내 시장은 안전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시장 움직임에 따라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CS 인수 관련 뉴스 보는 직원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2023.3.20 utzza@yna.co.kr

 

 


h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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