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외국인 국채 순매수가 8조1천억원을 기록하였다.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었던 2021년 7월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8조원을 상회하였다. 매 분기 말 국채 만기상환으로 인해 유통시장을 통한 외국인 순매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해외투자자들의 견조한 수요를 다시금 입증한 수치이다.

그러나 결코 안심하거나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외 불확실성이 크고 재정의 역할도 날로 긴요해지고 있는 만큼, 국채 시장이 금융시장 안전판이자 안정적 재원 조달 수단으로서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외국인 자금 유치 등 국채 수요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다져 나가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한 핵심과제가 바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다. 24개 주요국 국채로 구성된 WGBI는 추종 자금 규모만 약 2조5천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이다. WGBI 편입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나라에 50조~60조원 수준의 추종 자금이 유입되어 국채 시장 수급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우리 국채 시장이 명실상부한 선진 시장으로 인정받게 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는 WGBI 편입 후보 자격을 인정받아 관찰대상국에 등재되었다. 이후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외국인 국채 투자 이자ㆍ양도소득 비과세 조치를 시행하고, 3월부터 외국 금융기관을 비롯한 비거주자가 자기명의 계좌가 없는 은행과도 외환 매매가 가능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WGBI 편입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FTSE 러셀(Russell)은 지난주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통해 "한국의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과 함께 제도개선 이행 상황과 효과를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관찰대상국 등재 후 편입 결정까지 2년이 소요되었고, 스위스는 1년 6개월째 편입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WGBI 조기 편입을 위한 한국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본격화 되었다고 할 것이다.

정부는 올해 내에 WGBI 편입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가 제도개선 과제들을 계획대로 신속히 추진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를 상반기 중 법령 개정을 거쳐 연내 폐지할 예정이며, 금년중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통해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거래시간 연장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등 국제 예탁결제기구와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국채 통합계좌가 신속히 개통될 수 있도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다.

투자자 체감도 제고를 위해서도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글로벌 투자설명회(IR) 등을 통해 그간의 제도개선 노력과 향후 일정을 상세히 알리는 것은 물론, 제도개선을 완료한 과제도 투자자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추가적인 편의 조치를 지속 강구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FTSE 러셀과도 주기적 실무협의부터 고위급 면담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

우리는 2009년경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유로클리어 국채 통합계좌 개설 등을 통해 WGBI 편입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당시 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우려 등으로 비과세 조치를 환원하며 우리 스스로 그 도전을 멈춘 바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대외건전성을 비롯해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WGBI 편입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다. 이를 통해 2023년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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