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교보생명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손잡고 영토확장에 나서면서 업계에 적잖은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양사가 단순한 전략적 업무제휴를 넘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공동인수 등의 공격적인 협업을 추진하자 보험업계도 이들의 '혈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악사손해보험을 각각 51%대 49%의 지분율로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이날 단독 송고한 '교보생명·카카오페이손보, 악사손보 공동인수…인수가 3천500억' 제하의 기사 참고)

이번 공동인수는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양 사의 공통된 수요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지분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는 두 회사가 악사손해보험이라는 공동 투자를 추진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는 물론 물리적으로도 더욱 끈끈해지게 됐다.

◇교보생명, 손보사 포트폴리오 확보…추가 M&A 주목

교보생명은 악사손해보험 지분 인수로 손해보험사 포트폴리오를 채우게 됐다. 향후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지분투자까지 진행된다면 사실상 국내 보험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온라인 기반의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모두 보유한 금융그룹으로 도약이 가능하다. 카카오 그룹의 플랫폼과 시너지도 낼 수 있다.

오는 2024년 하반기를 목표로 금융지주사 설립을 선포한 교보생명은 지난해부터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대체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파빌리온자산운용 인수가 그 출발점이다.

교보생명은 이를 교보AIM자산운용으로 탈바꿈하고 현재 국토교통부에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인가를 추진 중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이어 교보생명도 자회사를 통한 리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다양한 투자 상품 공급망을 갖추게 됐다.

악사손해보험은 파빌리온자산운용을 잇는 교보생명의 두 번째 M&A 딜이다.

메리츠금융그룹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 보험 금융지주가 될 교보생명은 연내 1조2천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도 예고한 상태다. 2천억 원이 채 되지 않는 투자로 손보사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만큼 추가 M&A도 충분히 가능하다.

IB업계 관계자는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한다면 벤처캐피탈 등 캐시카우가 될 자회사가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며 "금융그룹으로 전환을 위한 추가 M&A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페이손보, 도약 시동…장기보험 시장 진출 효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악사손해보험 지분 투자는 성장을 위한 다양한 옵션 중 하나다. 교보생명과의 공동 인수를 통해 향후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보험 상품 라인업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카카오(400억 원)와 카카오페이(600억 원)가 1천억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통신판매전문(디지털) 보험사다. 지난해 4월 손해보험업 본인가를 획득하고, 10월 공식 출범했다.

당초 국내 최초의 테크핀 주도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등장을 두고 카카오뱅크와 같은 혁신의 상징이 되리란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카카오 그룹 내부에선 '아픈 손가락'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역량보단 제도적으로 인한 한계 탓이기도 하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다른 테크핀보다 먼저 보험에 대한 고민과 투자를 단행했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법이 시행되며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변형할 수밖에 없었다.

소액단기보험 중심의 영업 역시 수익성을 담보하긴 역부족이었다.

업계에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악사손해보험 지분투자가 사실상 간접적인 장기보험 시장 진출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안심보험과 상해보험에 이어 내달 출시를 준비 중인 여행자보험 등 주력 상품군은 여전히 미니보험이지만, 악사손해보험·교보생명과의 협업을 통해 장기보험 상품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부진은 결국 보상 조직의 유무"라며 "아직 출범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생사다. 플랫폼이 주는 인프라 기반만큼은 우위에 있는 만큼 전략적 협업으로 어떤 메기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IB 업계에선 악사손해보험 공동 인수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에 더 득이 되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 니즈가 카카오페이손보 쪽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며 "절대적인 딜의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시너지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7시 4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