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하는 이창용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5.25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이규선 윤은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기대를 차단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절대로 (인상을) 못하겠다는 생각은 말아달라"며 "물가가 우리의 생각대로 가는지, 해외 주요 중앙은행의 결정이 우리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호주중앙은행(RBA)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다시 올린 사례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3.5%에서 동결했다. 동결 결정은 금융통화위원 전원 만장일치였다. 다만 향후 3.75%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 둔 위원도 6명이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견해를 소개하며 "소비자물가가 예상한 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며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아니면 더 갈지, 또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단기금리에 나타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는 이 총재의 지난 발언에 금통위원들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금리 파급효과를 지켜볼 필요성과 해외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 불확실성 등을 언급하며 물가가 2%의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리를 조급하게 내릴 경우 금융불안정을 다시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은 없는지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는 연말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은 지난달보다 명확해졌다"며 "다만 3%에서 목표로 하는 2% 수준으로 내려갈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근원물가의 올해 상승률 전망을 올린 사실과 올해 6~7월이 지나면 소비자물가상승률 하락을 견인한 기저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을 이유로 설명했다.

이 총재는 7월까지는 작년 대비 기저효과로 소비자물가가 빨리 떨어지다가 연말이 되면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근원물가도 5월 이후 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하향 조정의 원인인 정보기술(IT)·반도체 경기는 4분기에 저점을 본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작년 말만 해도 (전문가들이) 3분기 저점을 예상했다가 지금은 4분기에 저점을 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라간다든지 몇 가지 좋은 사인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의 회복세는 당초 기대보다 지연됐지만 최근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고, 재고 소진 이후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고, 펜트업(pent-up)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문제에 대해 앞으로는 국내 요인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멈출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 중국의 성장 회복 속도도 빠르지 않을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환율 움직임은 국내 요인이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그런 면에서 모멘텀이 바뀌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멈출 것으로 기대했는데 금리를 더 인상한다든지, 미국 경제 지표가 강하게 나온다든지 하면 모멘텀이 바뀔 수 있다"며 "환율 고점이라고 힌트 드리는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통안채 28일물과 91일물 발행 등을 통해 단기금리가 상승한 것에 대해 "충분히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또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장운영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은행 중심이었다면 비은행금융기관도 커졌기 때문에 RP 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시장과 논의해 구조개선도 하려고 생각 중이다"고 설명했다.

비은행인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이 몰리면서 RP 금리, 통안채 금리 등이 기준금리와 괴리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이 인정하는 적격담보 채권 범위의 확대 조치를 연장할지에 대해서는 7월에 금통위에서 상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적격담보 채권 범위 확대는 디지털 뱅킹이 발전한 시대에 예금이 빠른 속도로 은행에서 빠져나가는 경우 은행을 지원하는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이 총재는 이 때문에 적격담보 문제와 재할인창구 활용 등문제를 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 개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출산과 고령화가 너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 연금 등 여러 구조개혁이 필요한데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와의 사회적 타협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의할 때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고,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니 재정을 풀어서 해결하라거나 금리는 낮춰서 해결하라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일갈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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