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권 설정해 '사용 제한된 장기금융상품' 분류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남승표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 미래에셋증권(당시 미래에셋대우)과 함께 인수를 추진할 당시 계약금으로 건넨 신주 인수대금의 10%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질권이 설정된 이 돈은 양측이 처리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수년째 아시아나항공의 계좌에 보관돼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 제16민사부에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을 상대로 총 2천10억원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계약금 1천752억원과 그에 대한 발생 이자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양측이 해당 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말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현대산업개발이 반소를 제기한 것이다. 특히 미래에셋 없이 단독으로 원고에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원고 소가(2천10억원) 규모가 기존 소송(2천515억원) 대비 작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20년 9월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지 않자 신주 인수계약을 해제하고 유증 철회를 결정했다.

그리고 두 달 뒤 두 회사를 상대로 질권 소멸통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거래 무산의 책임이 현대산업개발 측에 있으니 계약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걸 확인해 달라는 취지다.

양측은 거래가 최종 결렬된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며 첨예하게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작년 말 1심 재판부가 "해당 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손을 들어줬지만, 현대산업개발 측은 불복해 항소했다.

[출처:아시아나항공 분기보고서]



기업 간 법정 다툼의 원인이 된 해당 계약금의 존재는 아시아나항공의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약금 2천177억원(금호건설 340억원)을 받은 후 해당 계좌에 질권을 설정했고 연결 재무상태표상 장기예수금으로 계상해뒀다. 해당 계약금은 '사용이 제한된 장기금융상품'으로 분류된다.

3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에는 1조2천억원에 달하는 '사용이 제한된 금융상품'이 있다. 그 중 대부분이 두 차례에 걸쳐 진행 중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과의 2천247억원(이자 포함) 외에 9천628억원의 단기금융상품에도 사용 제한이 걸려있다. 신주 인수계약에 따라 대한항공으로부터 수령한 계약금과 중도금, 이자 등 7천184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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