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발행 재개, 투자 수요 꾸준…해외는 여전히 위축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크레디트스위스(CS)의 신종자본증권(AT1·코코본드) 전액 상각 사태 후 해외와 국내 시장이 상이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최근 우리은행과 농협금융지주가 각각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증액 발행을 확정한 데 이어 DGB금융지주 등도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은행권 코코본드 조달에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여전히 발행이 주춤한 상황이다.

◇은행권 코코본드 발행 잇따라…투심 뒷받침

26일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31일(납입일 기준) 우리은행과 농협금융지주는 각각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을 4천억 원씩 발행한다. 지난 23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웃도는 주문을 확보한 결과다.

우리은행과 농협금융지주는 모두 2천700억 원씩을 모집했으나 각각 6천100억 원, 3천590억 원의 주문을 모았다. 농협금융지주는 추가 청약 등을 통해 남은 물량을 소화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후순위채 가산금리(스프레드)는 10년물 국고채 금리 대비 145bp 높은 수준이다. 당초 희망 금리 밴드로 100~160bp를 제시했으나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최상단보단 소폭 끌어내렸다. 청약 2영업일 전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최종 금리가 확정될 예정이다.

농협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5.30%다. 공모 희망 금리로 4.70~5.30%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밴드 최상단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은행권 코코본드 조달이 재개된 건 CS 사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지난 28일 KDB산업은행이 8천억 규모의 후순위채를 찍은 데 이어 우리은행과 농협금융지주가 수요예측에 나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어 DGB금융지주 또한 내달 초 1천5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CS 사태 이전보다 발행금리는 다소 높아진 모습이다. 사태 전인 지난 3월 초까지만 해도 은행·금융지주사가 발행하는 5년물 콜옵션 코코본드 금리는 4%대였다. 지방은행계인 DGB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만이 신종자본증권 금리로 5%를 넘겼다.

◇해외 시장은 아직, 신한지주 대응력 촉각

CS 사태 여파가 비교적 완화된 국내와 달리, 해외 시장은 여전히 은행권의 관련 조달이 얼어붙은 상태다. CS AT1 분쟁과 관련된 이슈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는 쉽사리 조달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는 CS 사태 이후 국내 은행권의 선순위채 조달이 재개되긴 했으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선 발행 자체가 없어 조달 분위기를 가늠할 수 없다 보니 발행사들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6~7월쯤 해외 금융기관이 슬슬 AT1 발행을 재개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녹록지 않은 조달 여건 탓에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기한을 맞는 신한금융지주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한금융지주가 2018년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만기가 오는 8월 도래한다. 글로벌 AT1 조달 분위기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선순위채 발행 등을 통한 차환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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