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료 인하 문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달 중 차보험료 추가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손해율이 적정선 이상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9월 손해보험업계의 국제회계기준(IFRS) 차보험 누적 손해율 확정치는 80.3%로 집계됐다. 업계와 당국이 추정하는 적정 손해율 77%를 웃도는 수준이다.

차보험 손해율은 또 지난 10월에는 85.3%(잠정치)로 추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차보험료를 2%대 인하한 데 이어 이달 중 다시 한차례 인하 여지를 검토할 예정인 당국이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게 됐다.

차보험료가 물가 등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인하 여지가 있다면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하지만, 가격 결정 변수가 당국의 의지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올해 여름 태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나서도 월간 손해율은 일시적 요인에 따라 악화할 수 있지만, 누적 손해율은 안정권에 머물 수 있다며 차보험료 인하 의지를 감추지 않았었다.

업계는 이와 관련해 올해 상반기 차보험료 인하가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데다, 통상 겨울철에는 손해율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는 점을 들어 현 시점에서 차보험료를 추가 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 4월 차보험료를 평균 2.6% 내렸는데 지난달부터 이에 따른 손해율 상승이 감지되고 있다"면서 "겨울철에는 손해율 상승 요인이 많아서 하반기까지 추이를 보고 차보험료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 내부엔 손해율이 적정선을 소폭 넘어섰지만, 투자이익 등을 고려하면 감내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차보험료 인하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시각도 있다.

손보업계가 올해 2분기에 태풍 피해와 저금리에도 2위권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양호한 실적을 낸 점도 차보험료 추가 인하 주장의 근거 중 하나다.

업계에선 그러나 삼성화재 등 대형 손보사의 이차 마진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실적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주목해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금감원이 쏠림 현상을 지적할 정도로 보험업계의 자산운용 환경이 악화된 만큼 이를 고려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국은 이달 말까지 차보험료 추가 인하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 작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보험료는 업계 자율결정 사항이고, 당국은 차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것이라는 단정적 입장을 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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