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대출 금리를 낮춰라. 사회공헌에 신경 써라. 서민금융에 앞장서라. 가산금리를 제한해라."

최근 은행권에 쏟아지는 주문이다. 금융권에서 그나마 덩치가 크고 맷집이 있는 은행권에 금융당국과 시민단체들의 압박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까지 은행의 서민금융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는 동반성장위원회까지 나서 내년부터 은행들에 대해서도 동반성장지수를 매긴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은행의 건전성은 철저히 배제된 느낌이다.

▲"은행 건전성은 누구도 얘기 안 해" =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건전성 확보를 가장 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그 정서는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우리 국민과 경제에 어떤 충격을 가져왔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건전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은행이 배부른 돼지가 돼서도 안 되지만, 배고픈 늑대가 돼서 국민의 혈세를 잡아먹어서도 안 된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금융소외 계층의 생활 안정을 돕는 데 대해 반대는 안하지만, 강제적으로 외부에서 압박을 가하는 것은 안 된다"며 "경영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사회공헌을 하라는 것은 은행의 자율권을 무시한 처사다"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은행이 1~2개 문을 닫아 봐야 은행의 사회공헌 얘기가 안 나 올 것 같다"면서 "저금리ㆍ저성장 시대 앞으론 은행의 건전성 확보가 사회공헌보다 우선 가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 책임질 소리 좀 해라" = 은행권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시중은행을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소식에 "책임 없는 조직이 책임지지 않을 소리를 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동반성장위가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 금리와 실적 등을 고려해 동반성장지수 평가하겠다는 데 대해 은행들 모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은행에서 돈이 나가는 데 기업에 대한 재무평가와 CEO 리스크, 성장성 등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고, 리스크가 큰 기업 대출은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그리고 대출 승인이 안 되는 중소기업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이를 마치 강제하려는 모습은 은행의 경영권 침해로 받아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우대한다고 저금리에 대출했다가 파산할 경우 은행 손실은 누가 책임지고, 은행의 건전성 훼손과 부실화에 따른 피해는 누가 보상하겠냐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반성장위가 은행을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에 포함시키려 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당국과)협의하진 않았다"며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금융에 대해 은행권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반성장위까지 나서 압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g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