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재정 부실국에 긴축을 종용하던 국제통화기금(IMF)의 태도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IMF가 그리스를 비롯한 취약국이 부채를 너무 빨리 감축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그리스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타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리스가 채무를 지속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는 그리스에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IMF의 자세 변화로 말미암은 불똥이 독일로 튀는 모습이다. 독일을 비롯한 채권국이 그리스 부채를 일부 탕감하는 방안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그리스가 부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이도록 채권단이 채무를 탕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IMF는 그리스가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120%로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리스의 부분적 채무불이행(디폴트)라고 믿는다. 다만 이번에는 지난 3월처럼 민간 채권단만 참여할 것이 아니라 독일을 비롯한 국제 채권단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스 국채 원금의 50%가 삭감(헤어컷)되면 현재 350억유로어치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독일은 175억유로의 손해를 보게 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은 손해를 피해보고자 그리스의 긴축 시한을 2년 연장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지만 그리스가 헤어컷 없이 부채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로이카는 실사 보고서를 통해 부분적 채무불이행 없이 그리스의 부채 비율은 2020년에 144%, 2022년에는 134%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

내년 총선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손실 분담안을 수용하긴 어렵다. 오직 보증 형태로만 역내 부실국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고수해온 독일이 헤어컷을 수용한다면 정부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스 국채 헤어컷은 2014년 독일의 예산 균형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반대는 자연스럽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장관은 "우리가 다른 해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고 프랑스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재무장관도 그를 거들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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