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국제금융시장의 키워드는 정치다.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치렀고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을 중심으로 한 5세대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일본은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 정권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정치지형은 금융시장의 가격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율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 각 나라의 정치사정에 따라 환율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다. 미국은 달러 약세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은 위안화 절상 추세를 묵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미국과 환율전쟁을 마다않고 대립했음을 감안하면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일본은 정권교체와 함께 엔화 약세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정권이 엔화 강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음을 생각하면 자민당으로 정권교체는 엔화의 움직임에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오바마의 달러 약세 계속될 듯 =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가운데 달러 약세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 연말 종료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대신해 국채 직매입을 선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4차 양적완화(QE4)로 불리는 이 정책은 경기부양을 위해 '무제한 돈풀기'라는 기조와 맞닿아 있다.

오바마 재선 이후 핫이슈로 부상한 재정절벽 협상은 달러가치 등락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협상이 삐걱거리면 달러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절벽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겨 달러 강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재정절벽이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를 일으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국제저인 안전통화로서 달러의 위치를 고려하면 이는 착각이다.

대선 이후 공화당의 강경 자세가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재정절벽 협상이 파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재정절벽 협상이 무리없이 타결되면 달러는 하락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위안화 절상 배경은 = 시진핑(習近平)의 5세대 지도부 출범을 전후해 위안화가 12일 연속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수출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나타난 위안화 절상은 평소 중국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도부 교체라는 민감한 시기에 환율 문제로 불필요한 외교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과정에서 나온 중국의 환율조작 이슈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뜻이다. 달러 약세의 흐름을 거슬러 인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5세대 지도부가 출범하고 나서도 위안화 절상 추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5세대 지도부가 추구하는 경제구조 재편과 위안화 국제화 문제가 환율절상과 상관관계가 있다. 중국은 수출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내수 중심의 경제를 만들려면 위안화를 절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위안화 국제화는 환율정책의 신뢰성과 관계가 있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통화를 신뢰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교역국의 믿음을 사려면 중국의 경제펀털에 맞게 환율을 시장에 맡길 필요가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위안화가 단계적인 절상의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급격한 위안화 절상은 외환보유액 축소와 수출급감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만큼 속도 조절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日 정권교체와 엔화 약세 =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16일 중의원 해산과 다음달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집권 민주당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항복선언을 한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자민당(26%)이 민주당(13%)을 더블스코어로 앞선 만큼 다음달 예정된 총선에서 정권교체가 확실시된다.

새 총리 후보로 떠오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엔화 약세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베 총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BOJ)이 무제한 통화완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제한 통화완화 정책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를 유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일본이 수출부진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겪고 있는 만큼 수출에 유리한 환율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의 달러 약세 정책에 밀려 엔화 강세 현상이 몇년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정권에서는 민주당때보다 BOJ에 통화완화 압력이 강해지고 엔화 약세도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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