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말들이 많다.한국투자공사(KIC)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국민연금도 자산운용시장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KIC의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등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을 국내에 유치하는 것이었다. KIC 등의 반응은 당연한 것으로 풀이된다.

KIC는 앞으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사는 이런 기류를 알면서도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개 외국계 운용사 가운데 11곳이 올해 상반기 현재 대규모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도 누적된 손실로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펀드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선진 운용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계 운용사들이 속속 한국에 상륙했지만 새로운 거래선 개척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등 특유의 한국적 자산운용 문화 등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국민연금의 핵심 관계자는 해외 대형 자산운용사의 부진이 국내 자산운용시장 발전을 위해 안타까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굴지의 자산운용사도 착근하지 못할 정도 국내 자산운용시장이 척박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자산운용시장에 여야 정치권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사사건건 발목만 잡고 있다.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회심작으로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정치권의 비협조로 연내 통과가 무산됐다.

국내 자산운용시장은 2004년 주식연계증권(ELS) 소개이후 마땅한 상품이 소개된 게 없다.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되면 롱숏전략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헤지펀드가 허용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더 기다려야할 것 같다.

정치권 등이 제도적 뒷받침에 소홀한 사이 국내 금융산업은 계속 위축되고 있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전년동월대비 넉 달째 감소세를 이어온 금융ㆍ보험업 부문의 취업자수는 지난달 기준 83만7천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2만4천명(2%)이나 감소했다. 대부분 증권사,자산운용사,보험사 등이 극도의 실적 부진으로 연말 추가적인 대규모인적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이 더 늦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돌파구를마련해야 한다.(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