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동양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크레디트 저작물의 권리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동양증권은 올들어 잇따라 신한투자에 쟁쟁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을 빼앗긴 터라 이번 신경전이 어느 선까지 확대될 지 관심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신한투자 리서치센터가 곧 발간할 예정인 기업지배구조 관련 책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크레디트 채권 분석의 명가로 통하던 동양증권은 올해 4월 채권분석팀장을 맡던 강성부 애널리스트가 신한투자로 자리를 옮기자 큰 충격을 받았다.

강 애널리스트에 이어 채권분석팀에서 크레디트 파트를 담당하던 애널리스트 3명도 신한투자로 옮겼다. 사실상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이 와해됐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동양증권은 이에 신한투자 대표이사 앞으로 애널리스트를 잇따라 데려간데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해당 애널리스트들이 앞으로 작업해 내놓을 저작물들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를 지켜보겠다는 의견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직이 비교적 활발한 증권업계에서 애널리스트 몇 명을 영입해 갔다고 대표이사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양사간 신경전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였다.

양사간 신경전은 최근 크레디트 저작물과 관련해 다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한투자로 자리를 옮긴 강성부 애널리스트가 동양증권 재직시 국내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가운데 최초로 내놓았던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책자를 다시 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552페이지에 달하는 '2012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기관투자자들에게는 필독서가 됐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였다.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이슈를 다루고, 80개 그룹의 지분구조와 후계구도 등을 수록한 이 책은 당시 크레디트 분석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됐다.

강 애널리스트는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어 분석 툴로 활용했을 정도로 이 책 발간에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오는 28일 신한투자가 처음으로 여는 '채권포럼'에서 이 책을 소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동양증권은 신한투자가 기업 지배구조 책자를 발간하는 것을 내심 못마땅해 하고 있다.

아무리 강 애널리스트가 동양증권에 재직할 당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낸 저작물이긴 하지만 '저작권'은 엄연히 동양증권이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은 신한투자에 앞서 최근 2013년판 기업 지배구조 책자를 만들어 배포한 상태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 동일한 부류의 저작물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동양증권이 발간해 왔던 내용과 너무 유사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어떤 내용으로 나올 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가 곧 내놓을 기업지배 구조 책자는 '재계지도'라는 이름으로 나올 예정이다.

강성부 애널리스트는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동양증권에서 내놨었던 것과는 다를 것이고 오히려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꾸몄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이번 일이 증권사의 리서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를 판단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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