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구 상에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최근 선진 8개국(영국.독일.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스페인.이탈리아.일본)의 연금 실태와 자산운용 시장을 현지 취재한 연합인포맥스 기자들의 얘기(연금 기획 시리즈로 송고 예정)를 종합해보면 이들 국가는 온갖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온갖 문제 덩어리를 안고 있지만 '문제는 해결되라고 존재하는 것'이라는 자세로 해결에 몰두하는 이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어난 숙명적 존재일지 모른다. 당대에 해결하지 못하면 후손이 나머지를 책임지는 시시포스의 신화가 반복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기는 동물이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심각한 현실은 성장이 멈출 것 같다는 징후다.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90년대 6%대, 2000년대에는 4%대로 뚝 떨어졌다. 앞으로 대형 돌파구가 생기지 않는다면 성장률은 3%대로, 2%대로 더 추락할 전망이다.

가장 큰 대내적 요인은 인구구조의 변화다. 고령화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사람 머리 숫자가 줄어들면 기업 투자율의 추세적 하락을 고려할 때 자본의 추가적인 투입을 통한 성장률 제고는 어렵다. 지식의 축적과 혁신을 통한 생산성의 향상도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실현 난망이다.

대외적 요인으로는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성장 동력 역할을 해온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유로화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중국·인도 등 고성장 국가들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면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 특히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던 중국의 임금상승률이 15%로 치솟아 낮은 물가 상승률을 가능케 했던 노동 공급도 바닥이다. 고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요인이 하나둘씩 사라지면 당연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평균보다 크게 어려워진다.

당장 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수요 감소가 장기화하면서 외환위기 때도 끄떡없던 포스코마저 내달 5일 비상경영을 선포한다. 국내 24개 그룹 가운데 14개 그룹이 비상경영을 시행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다. 대기업이 '비상' 경영에 나서면 수많은 협력업체 장비업체는 한 단계 더 고통스러운 '초비상'이 걸린다. 정치권의 상황도 기업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오는 12월19일 대통령 선거로 '정치적' 불투명성은 제거되겠지만 '정책적' 불투명성은 지속된다. 내년 초에도 투자와 신규고용이 움츠러들어 일자리 창출은 어려워지고 사회적 불안정성은 커질 전망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어떤 국가도 개인의 영원한 안락함을 담보해주는 곳이 없어질 조짐이다. 환경 변화 사이클이 짧아질수록 지구상의 모든 개인의 삶은 더욱 불안해지고, 만인(萬人)이 만개(萬個)의 위험에 노출됐다. 모든 개인의 삶이 점점 벤처와 같아질 것 같은 우울한 시대다.

(취재본부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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