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핵심 회원국을 향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가운데 'AAA'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네덜란드가 시선을 끈다. 프랑스 경제가 허약함과 견고한 중간 사이에 있다면 네덜란드는 독일, 핀란드와 함께 명실상부한 유로존의 중심에 있는 국가다. 하지만 가계 부채 증가와 세계적 무역 둔화가 우려스럽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유로존에서 수위를 달린다. 지난해 네덜란드의 총 가계부채는 소득의 250% 정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거품이 붕괴하고 나서 경제가 무너졌던 2009년 당시 아일랜드의 가계 부채 비율이 212%였다. 차입이 많다고 알려진 영국 가계의 부채 비율도 지난해 140%에 불과했다.

네덜란드의 가계 부채는 부동산과 관련이 있다.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을 들어 부채 증가를 정당화할 수 있었지만 더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네덜란드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2007년에 비해 10% 하락했고 이 추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네덜란드 주택가격이 임대료에 대한 장기 평균 가격보다 17% 높으며 가처분소득과 비교하면 33% 높게 책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경제는 또 유로존 침체로 시름하면서 가계 소득 역시 압력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네덜란드 경제가 올해 0.5% 위축되고 내년에도 간신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4%였던 실업률은 내년에 5.7%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권이 자금 압박에 처해 지원을 요구하게 되면 네덜란드 정부는 스페인이나 아일랜드가 요구한 것과 같은 전면적 구제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네덜란드 정부 적자는 올해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3.7%를 기록했고 공공 부채 역시 GDP의 70%에 육박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30년 넘게 경상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네덜란드 경제가 올해 하반기에 나타난 세계적인 무역 둔화에 민감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해외에서 성업 중인 네덜란드 기업들이 세금 국가주의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적자에 시달리는 국가들이 재정 부족을 채우기 어려워지면서 세금을 더 내라며 외국 기업을 공격할 수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스타벅스 반대 캠페인이 일어난 바 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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