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다음달 동시에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두고 증권사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달 발행하면서 발생한 미매각 물량을 아직도 팔지 못하고 있는데 금리를 대폭 올려 발행을 추진하고 있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달 13일 5년물과 7년물로 3천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주관사단과의 협의를 통해 만기와 규모가 다소 변동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년물을 추가하고 7년물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의견이 오가고 있다.

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 SK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발행 작업을 진행중인데 발행금리는 5년물 기준으로 10월 발행때 보다 20bp 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희망금리는 국고채 5년물 금리에 99∼100bp, 7년물은 140bp 안팎이 가산된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8일 5년물 500억원과 7년물 2천500억원 등 총 3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발행스프레드는 5년물이 79bp, 7년물이 134bp였다.

당시 발행물 가운데 7년물은 청약 과정에서 모두 기관에 팔렸지만 5년물 전량은 미매각 처리돼 증권사들이 떠안았다.

발행한 지 한달이 지나도록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없는 셈이다.

10월 발행 5년물의 발행금리는 3.61%였지만 이후 민평금리는 3.65%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내달 발행될 5년물의 발행스프레드가 10월 발행물에 비해 20bp 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여 당시 물량을 떠안았던 증권사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조금만 기다리면 더 싼 값에 살 기회가 생기는데 10월 발행물을 굳이 지금 비싸게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인수단에 참여했던 증권사의 DCM 관계자는 "발품을 팔면서 미매각 물량을 팔러 다니는데 소득이 없다"면서 "죽을 맛이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는 "기관 수요가 막히고 시장이 완전히 위축돼 물량을 소화시키기 위해 스프레드를 크게 올리려는 발행사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너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그간 발행을 많이 해서 기관들 한도도 거의 다 찬 상태다"면서 "두달만에 또 발행하면서 미매각은 처리하기 더 어려워졌고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달 12일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3ㆍ4ㆍ5년물로 나눠 만기별로 최대 1천억원, 총 3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BBB'급 회사채에 대한 기관 수요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자 3년물로만 1천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KB투자증권과 동양증권, 신한금융투자를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희망금리는 고정금리로 4.20%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달 16일 5년물로 1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전량 미매각 처리됐다. 당시 발행금리는 국고채 5년물 금리에 140bp가 가산된 4.22%였다.

미매각 물량 1천억원 가운데 주인을 찾은 물량은 2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도 800억원의 물량이 증권사의 손에 남아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3년물 금리가 지난 달 발행된 5년물 금리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발행될 것으로 보여 5년물 금리를 더 끌어 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매각 물량을 처리하려면 더 싼 가격에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 담당자는 "발행사들의 무분별한 행태 때문에 푸념만 나온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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