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일본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과 영토갈등의 파장과 엔고의 후유증이 경제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도요타를 비롯한 도요타 자동차의 중국 매출은 82%나 급감했고 이 영향으로 무역수지는 4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재무성에 따르면 10월 무역적자는 5천490억엔(한화 7천2천억원)이다.

'전자 제국'을 만들었던 소니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추락하고 있고 파나소닉과 샤프는 각각 7,650억엔(10조원), 4천500억엔(5조9천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피치는 소니와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시켰다. 전자 3총사가 신용등급을 회복하려면 돈을 벌어 실적을 만회해야 하지만 한번 놓친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장강의 물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업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 전자업계의 위기는 중소기업에도 불행이다. 수직계열화된 산업 특성 때문에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한 일본의 중소부품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일본 중소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러한 한국 기업들의 행보에 경계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 중소기업에서 획득한 첨단기술을 지렛대로 삼아 앞으로 시장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중소업체들은 삼성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과 협력한다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일본 언론의 바람과 달리 그들에겐 생존이 먼저다.

이런 현실에 마주친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다급하다. 일본 경제를 되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다음달 16일 총선에서 정권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 자민당은 '일본을 되찾는다'는 제목의 공약집을 발표했다. 최근 영토분쟁을 계기로 국수주의적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경제정책에서도 비슷한 면을 드러내고 있다. 자민당 공약에서 주목할 부분은 일본은행법 개정을 명시한 점과 관민협조펀드를 만들어 해외채권을 매입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자민당이 일본은행법을 개정하려는 건 무제한 금융완화정책을 펴기 위해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는 경제회복을 위해 일본은행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게 전혀 효과없는 일본의 특성상 통화정책을 이용해 환율을 의도한 대로 만들려는 속내로 읽힌다. 일본 기업들이 회생하려면 엔화 약세 등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필수적이다.

관민협조펀드를 만들어 해외채권을 매입하는 부분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올해 중반부부터 일본 정치권에서는 엔화 약세를 위해 일본은행이 美국채를 매입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이 양적완화(QE3)를 이용해 무제한적으로 달러를 찍어내는데 대응해 일본도 美국채를 매입해 대응해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직접 나서서 미국 국채를 매입하면 외교적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민협조펀드라는 우회경로를 만들어 미국 국채를 매입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민당의 우경화 공약은 영토회복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과거 일본 경제의 영화를 회복하려는 의도도 동시에 담겼다. 최근 몇년간 지속된 일본 경제의 위기는 우리에게 기회였다. 거꾸로 일본이 신발끈을 동여매고 도약을 준비하면 우리는 긴장해야 한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엔화 환율 흐름부터 점검해야 한다. 엔저와 원고가 같이 맞물리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 못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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