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말 각 금융기관의 올해 운용 성과에 대한 평가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거래가 위축되고 특히 파생상품 시장이 '바젤 3' 등에 따른 각종 제한으로 어느 때보다 업계는 찬바람이 불었다. 그나마 채권을 기반으로 한 파생 쪽이 다른 분야보다는 조금 나은 실정이고 외환, 주식 쪽은 싸늘하다. 실현 가능성이 작지만 '토빈세'를 비롯한 외환규제가 실제로 시행되면 관련 금융상품의 거래량은 크게 줄 수 있다. 이 경우 트레이딩 업계는 구조조정과 감원 등의 한파가 한 단계 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 딜러들의 이직과 '빈익빈 부익부' 형태의 스카우트 전쟁도 연쇄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국내 은행이나 증권, 외국계의 트레이딩룸 책임자들은 '내년에 뭘 해먹고 살 것인가?' 에 대한 고민과 함께, 딜러들 평가를 위해 각사마다 스타 딜러 역량이 손익에 어느 정도 이바지했는지 계산하는 데 분주하다. 올해 시장의 경쟁업체 스타가 누구였는지에도 관심도 높다. 이들을 발굴하거나 스카우트하는 일은 앞으로 기관의 손익과 직결된다.

물론 딜러의 역량은 금융기관의 브랜드와 신용을 기반으로 이를 최적화하는 역할에 머물고, 소속 기관의 인프라 뒷받침 없이 개인의 활약만으로 돈을 버는 일은 한계가 있기는 하다. 올해 같은 장세에서는 "뛰어난 딜러가 있으면 뭐하는가, 시장이 받쳐주질 못하는데"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스트라이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최근에 만난 트레이딩 책임자들이 얘기하는 딜링 분야 스타들의 특징을 메모해봤다.

『항상 직접 차트를 그린다. 일부는 매매 일기를 쓴다. 정답은 하루의 매매가 끝나고 복기해 보는 일에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다음날 하루 장세를 예습한다. 스타급들은 최소한 하루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철저하게 준비하는 예습쟁이들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책을 읽고 사색한다. 시장의 심리를 간파하기 위해 시장 구성원인 인간의 오욕(五慾)과 칠정(七情)에 대한 탐구에 몰두한다. 열 길을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이런 속 모를 사람들의 집합처가 시장이다. 인간의 욕망과 공포가 집약된 시장을 철저한 겸손으로 대한다. 모든 일을 쉽게 예단하지 않는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집중력에 있다. 매매에 몰입하기 위해 체력이 중요하다. 골고루 음식을 먹고 기계적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감정 조절에 탁월하다. 건전한 몸에 건전한 정신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을 많이 보지 않는다. 열린 자세로 모든 매매관련 회의와 거래에 임한다. 사무실 자리도 항상 잘 정돈되어 있다. 후배들의 거래에도 관심을 두고 지도한다. 여유의 소산인 셈이다.』

(취재본부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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