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월가 대형 금융기관에서 달러-원 역외 선물환(NDF)을 전문적으로 매매하는 딜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뉴욕 금융기관의 이머징(EM) 부서(Desk)들은 시차가 크지 않은 남미 지역의 통화와 채권 등을 주로 매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은행 지점들은 국내 선물환 거래를 규제하면 결국 외환 거래 물량이 규제가 없는 NDF 시장으로 몰려 외국인들의 배만 불려 준다고 주장했다.

국내 선물환거래 규제를 반대하는 논리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 당국의 잇따른 선물환 규제에도 뉴욕에서 달러-원 NDF를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뉴욕 시장에선 `소수'로 남아 있다.(한국시간으로 27일 송고된 '선물환 규제 강화..시은 30%, 외은지점 150%(상보)' 기사 참조)

대형 월가 기관에서 근무하다가 헤지펀드를 차려 독립한 A씨.

EM 데스크 시절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EM 부서에서 이머징 국가의 채권과 이자율 파생상품, 그리고 통화와 통화 파생상품을 매매했다.

주로 멕시코와 브라질을 타깃으로, 회사 내 유럽 데스크(러시아, 동유럽, 남아프리카, 중동국가 등)나 아시아 데스크(인도, 중국 등)에서 잘 거래하지 않는 몇몇 국가의 상품을 거래했다.

신용부도스와프(CDS)와 통화옵션 등을 거래했지만, 한국물을 거래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EM 딜러들은 여러 상품 중 한두 개, 여러 나라 중 1-2곳에 집중해 주로 그 나라와 관련된 상품을 거래한다"고 설명했다.

뉴욕에서 EM 데스크란 뉴욕 데스크, 유럽 데스크 다음의 `3부 리그' 정도의 부서라고 평했다. 그중에서 달러-원 NDF를 거래하느냐는 본인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월가 기관에서 매크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B씨는 초년병 시절 EM 데스크에서 근무하면서 달러-원 NDF를 자주 거래했다고 한다.

각종 규제 때문에 실물 인수도를 전제로 한 통화를 거래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NDF 거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끔 이머징 국가가 발행하는 해외 채권을 샀다고 한다.

이머징 채권 투자는 의외로 헤지가 쉬웠다고 전했다.

채권발행자는 고정 금리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변동 금리와 스와프를 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이자율 스와프 시장이 형성돼 어렵지 않게 헤지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렵게 만난 월가 현직 EM 트레이더인 C씨.

그는 한국은행(BOK)부터 얘기했다.

NDF 시장과 역내 시장을 넘나드는 한국은행의 거래 때문에 달러-원 시장은 이머징 통화 시장에서 유일하게 역내와 NDF 스프레드가 거의 없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행의 이러한 거래를 재정거래(arbitrage)라고 표현했다. 한은의 개입(intervention)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외환당국이 NDF 시장에 대한 개입을 다시 시작한 것일까.

외환위기,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 발생시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이 해외 NDF 시장이었다. NDF 쪽에서 `달러화 사자(원화 팔자)'가 몰리면 국내 현물 달러-원 시장도 같이 따라 올라가는 현상이 빈번했다.

국내 외환 시장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의 NDF 시장이 전체 달러-원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왝 더 독' 현상을 바로잡는 것은 한국 정부와 한은의 최대 과제였다.

이에 외환당국은 2000년대 초중반에 걸쳐 NDF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원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국내 현물시장에서 달러화를 매수하면서 레버리지가 높은 NDF시장에서도 매수 포지션을 구축해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방어에 실패하면서 큰 손실을 봤고, 최근 수년간 NDF 개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한은은 정부와는 달리 NDF 개입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C씨의 설명은 달랐다.

외환당국이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에서 달러화를 매수하면서, NDF 시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반대로 달러화를 파는, 일종의 재정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은의 NDF 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노코멘트했다.

다만, 달러-원 시장은 한국은행 때문에 역내시장과 NDF 시장을 넘나들며 투기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EM 부서의 경우 외환 거래의 60%는 한국 금융기관 등을 포함한 고객의 주문을 받고, 나머지 40% 정도가 소위 '프랍(자기매매)'이라고 했다.

채권 트레이딩의 경우 90%가 프랍이고 나머지 10%만이 고객 물량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CNY), 대만 달러화(TWD), 한국 원화(KRW), 그리고 인도 루피화(INR) 등 4개 통화는 주로 시니어 트레이더가 거래하는 반면 인도네시아 루피화(IDR), 말레이시아 링깃화(MYR), 필리핀 페소화(PHP), 베트남 동화(VND) 등 4개 통화는 주로 주니어 딜러들이 취급한다고 한다. (미주본부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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