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트레이딩 부분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를 통해 선행매매(front-running)를 하고, 대놓고 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 보란 듯 정부 고위 관료와 깊은 커넥션을 유지했던 골드만삭스는 은행이라는 옷을 입은 헤지펀드에 가까웠다. 그래서 골드만삭스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월가에서 질시의 대상이 됐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가 18일(미 동부 시간) 작년 4.4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미 경제방송인 CNBC는 골드만삭스에 대해 '황혼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핵심 업무인 채권 트레이딩이 위축돼 고객 주문만 수동적으로 받아선 단기간에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CNBC의 진단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주당 순익이 1.84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치인 1.24달러를 웃돌아 증시 반응은 긍정적이었지만 CNBC는 골드만삭스의 수익 창출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가장 먼저 수익을 좇아 날뛰던 골드만의 `채권 트레이더'가 순종적으로 변한 점을 지적했다. 그 결과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2011년 4분기 주식(고객 주문) 부문에서의 수익은 5억2천6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가 줄어 경쟁사인 JP모건과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하지만 채권(통화, 상품 포함) 부문의 수익은 1천360억달러로, 17% 감소해 감소 폭이 JP모건에 비해 컸다.
CNBC는 결국 금융위기가 골드만삭스의 핵심 경쟁력을 잃게 했다고 평가했다.
은행이 자기 돈으로 맘대로 트레이딩을 하는 이른바 '프랍 트레이딩'이 사실상 금지되고 트레이딩 부문이 통합되면서 골드만의 트레이더들은 트레이더 같지 않아졌다고 진단했다.
방송은 이 같은 부문별 비교가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실제 수수료, 서비스 수입 등을 포함한 골드만삭스의 주식 통합 수익은 JP모건을 앞섰다.
그러나 CNBC는 통합 수익을 비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핵심 역량이 있느냐 없느냐가 조직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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