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정말 최악의 1년이었다. 남들은 성과급을 기대한 연말이지만 IPO(기업공개) 업계는 해고를 걱정해야 할 만큼 살벌하다."

국내 증권사의 한 IPO 담당 부장은 최근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국내 IPO 업계는 올해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로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데다 실물경제마저 크게 침체되면서 한해 농사를 완전히 망친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수가 대폭 줄었다.

지난 11월까지 상장된 기업은 총 26개로 작년 동기(62개) 대비 58%나 줄어들었다. 특히, 작년 12월 GS홈쇼핑 이후 1년여 동안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 흐름이 뚝 끊기면서 공모규모는 작년 대비 80%(85%) 이상 급감했다.

특히 중국고섬공고 등 외국 기업들이 잇따라 거래정지되거나 상장폐지되면서 외국 기업의 IPO 행렬이 뚝 끊겨, 올해 들어 상장된 곳은 SBI모기지 한 곳에 그쳤다.

이 때문에 특히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 침체에도 대형 증권사들은 어느 정도 실적을 올렸지만, 외국 기업의 상장주선 업무를 주로 하던 중소형 IB 중에는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다.

실제로 A 증권사의 IPO 담당 부장은 "당초 올해 3~4개의 중국기업 상장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한 건도 실행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1년 내내 아무런 실적도 올리지 못한 꼴이 돼 회사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또한, 올해 업황이 악화되면서 대기업 계열사 등 대어급 종목의 IPO 철회가 유독 많았다.

가장 주목받던 현대오일뱅크가 실적악화를 이유로 돌연 상장계획을 철회한 것을 비롯해 산업은행지주와 미래에셋생명 등의 IPO도 흐지부지됐다. 최근에는 포스코특수강과 희성그룹 산하 토목건설업체인 삼보E&C도 진행 중이던 상장 작업을 돌연 중단했다.

보통 주관 업무에 대한 수수료는 IPO가 완료됐을 때만 지급된다.

따라서 이처럼 중간에 상장 작업이 중단되면, 1년 이상 해당 종목의 상장을 준비한 주관사 관계자들은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때 '빈 숟가락'만 빨게 되는 것이다.

B 증권사의 ECM(주식자본시장) 담당 임원은 "1년가량을 야근까지 하며 준비했던 IPO 작업이 얼마 전 발행사의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중단돼 버렸다"며 "이런 경우 고생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도 제대로 주지 못하게 돼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업황 악화로 주관 업무를 따내기 위한 IB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렵게 상장업무를 마무리하더라도 별로 남는 게 없는 상황이다.

C 증권사의 IPO 관계자는 "IPO 건수 자체가 워낙 줄어들다 보니 주관사가 되려면 1%도 안 되는 수수료율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주관 업무를 마무리하더라도 실제로 남는 것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어려운 IPO 시장의 상황이 내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D 증권사의 IPO 담당자는 "작년에도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년부터 괜찮아질 것이란 희망은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그런 희망조차 보이지 않아 매우 암담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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