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12년 달력도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새로운 해를 준비할 때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해마다 국제금융시장은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올해는 정치권력의 변화에 유독 민감했다. 프랑스의 대선을 계기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위기 해법에 변화의 기운이 엿보였고 그리스는 두 차례나 총선을 치르며 국제금융시장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재정절벽이라는 과제를 낳았다.

정치권력의 교체는 새로운 갈등을 만들기도 하지만 해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재정위기 해법으로 긴축만을 고집하던 유로존은 성장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받아들였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긴축은 빚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한발도 나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긴축에 반대하는 나라들이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빚잔치를 벌이는 회원국에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던 독일은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최근 그리스에 3차 구제금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독일의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독일 의회는 군말 없이 그리스 구제안을 승인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의회 연설에서 "그리스가 무너지면 유로존이 해체된다"며 그리스를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미국 대선은 갈등을 봉합하면서 새로운 갈등을 만든 선거였다. 환율전쟁이라는 갈등요소는 제거했으나 재정절벽 문제는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가 대권을 잡았으면 미국과 중국은 환율전쟁을 할 뻔했다. 롬니 후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재선으로 환율갈등은 봉합 수순을 밟게 됐다.

재정절벽(정부의 재정 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되어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은 마감 시한이 다가오고 있으나 협상이 더디다. 한때 대선에서 진 공화당이 협상에서 일정 부분 양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좋은 소식이 전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1조6천억달러 증세 ▲정부지출 4천억달러 삭감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공화당은 이를 거절했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제안이 진지하지 않다며 재정 절벽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협상은 마감 시한인 31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백악관과 공화당은 어느 쪽이든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사례를 봐도 그렇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작년 4월 연방정부 폐쇄 시한을 불과 1시간 남겨두고 예산안을 타결했다. 8월에는 연방부채 상한 증액 문제로 국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재정절벽 협상도 연말 제야의 종이 울릴 때까지 향방을 예측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