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산업은행 남자 행원들과 국민연금관리공단 여자 직원들. 연인으로서의 '조합'은 어떨까.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한번쯤은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손꼽는 산은과 국민연금의 남자 행원들과 여자 직원들이 단체로 미팅에 나섰다.

지난 2일 서울 강남에 있는 오크우드호텔 연회장.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결혼 적령기의 산은 남성 행원 20명과 국민연금 여성 직원 20명 등 총 40명은 '짝'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

오후 5시부터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이날 미팅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며 미래를 약속할 기회를 잡은 커플이 8쌍이나 탄생했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직장인 산은과 국민연금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미래의 배우자를 찾기 위해 단체 미팅에 나서게 된 사연이 재밌다.

4일 산은과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공단의 한 여자 직원이 "업무가 바빠 연애를 할 시간이 없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전 이사장은 "사정이 그렇게 어려우면 내가 짝을 만나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덜컥 해 버렸다.

전 이사장은 다른 여자 직원들도 비슷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참에 판을 한번 키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공단내 미혼 여자 직원들을 상대로 '은밀히' 선호도 조사도 했다. 그 결과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남자 직원들에 대한 선호가 압도적이었다.

전 이사장은 대표적인 국책 은행인 산업은행을 떠올렸고,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 이사장은 현 정부에서 초대 금융위원장, 강만수 회장은 초대 기획재정부장관으로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양대축을 담당했고,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웠다.

전 이사장은 강 회장에게 "명색이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곳의 수장인데 직원들의 노후를 생각해서라도 결혼 중매 좀 해야겠다"면서 산은 남자 행원들과의 단체 미팅을 제안했다.

강 회장은 전 이사장의 제안을 단번에 받아 들였다. 이후 양사는 일사천리로 '짝짓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국민연금에서는 1천명 가까이 되는 여자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선발' 작업에 들어갔다. 약 300여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0대 1이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산은도 마찬가지였다. 강 회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인사부는 미혼 남자 행원들에게 행사를 소개하고 지원할 것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일제히 발송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려 20명을 뽑는데 애를 먹었다.

단체 미팅에 참여할 기회를 잡은 남녀 직원들의 나이는 30∼33살 정도로 비슷했다고 한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한 관계자는 "남녀간 4살 정도의 차이를 두고 인원을 뽑으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동갑내기들이 많았다"며 "오히려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기 편했던 것 같고 결과도 좋게 나왔다"고 전했다.

전 이사장과 강 회장은 직원들이 결혼에 '골인'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단체 미팅 자리를 자주 마련하고, 물심양면의 후원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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