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하나은행이 딜링룸 계약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서울외환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이 이번 계약직 전환에서 '불응시 영업점 발령'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서울 외환시장에도 직간접적인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딜링룸 내 트레이딩, 세일즈인력을 전원 계약직으로 바꾸고, 전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영업점 발령을 내기로 했다.

한 서울환시 관계자는 "딜링룸을 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인 만큼 계약직 전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영업점으로 나가게 된다"며 "하나은행은 계약직 전환으로 통해 외부에서 전문인력을 충원해 딜링룸을 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국내은행은 90% 가까이 정규직으로 운영하거나 전문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례적인 결정이어서 지켜보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의 계약직 전환 방침은 국내 시중은행으로서는 파격적이다. 국내은행의 경우 통상 정규직원이 인사 발령에 따라 순환 근무를 한다. 이 때문에 외은지점에 비해 국내은행의 성과급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서울환시는 하나은행의 계약직 전환이 국내은행의 계약직 전환에 물꼬를 트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그동안 계약직 전환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며 "외환은행이 전문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행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김승유 회장이 계약직 전환 방침을 세우면서 지난해 11명을 계약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를 시작으로 1년 가까이 준비해 온 셈이다.

계약직으로 전환하면 고용안정성을 줄이는 대신 외은지점처럼 성과급(인센티브)을 충분히 지급하게 된다. 소위 '많이 벌면 인센티브도 많이 가져가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이는 단기간내에 딜링룸 규모를 키우고 트레이딩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고용안정성이나 승진 등 커리어를 고려하면 정규직 직원들이 모두 계약직 전환을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 하나은행 관계자는 "딜링룸 계약직 전환은 로컬은행으로서는 한계가 있는 성과급 체제를 갖추면서 트레이딩 전문가로 키우는데 유리하다"며 "그러나 커리어관리에 대한 불안도 있어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하는데 우호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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