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국채 순매도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펀드의 원화채 롤오버 등으로 통안채 매수세가 일부 유입됐지만, 사실상 외국인의 원화채 투자가 중단된 셈이다.

4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포트폴리오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1월 한달 간 국채를 총 2조6천5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8월 6천490억원 순매도 이후 석달 만에 매도세로 돌아선 데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순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국채 매도세가 가팔라 진 데는 잔존만기 1년 미만의 채권 처분('-3조3천60억원')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5~10년 구간의 국채 순매수 규모가 전월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탓도 컸다.

특히 이 구간의 국채는 주로 글로벌 중앙은행의 수요로, 그동안 꾸준하게 유입되던 중.장기적 글로벌 자금 유입이 멈춰선 셈이다. 외국인은 이 구간 국채에 대해 지난 10월에는 1조2천90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지난달에는 1천100억원을 사들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달러-원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 뒤에 추가적인 원화 절상 기대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한 국내 시장금리 변동성도 미미한 데다 외환 당국의 선물환 포지션 추가 규제도 외국인 원화채 수요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태국과 싱가포르 등의 현지 마케팅을 다녀왔다는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한국 채권금리가 많이 떨어지면서 원화절상에 대한 기대 없이는 한국물을 더 사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며 "마침 선물환 규제도 발표되면서 추가 원화절상에 대한 확신이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에는 최근 이머징국가 중에서 한국보다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화채의 상대가치가 많이 희석된데 따라 외국인의 채권투자 강도는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외은지점 관계자는 "올해 외국인의 원화채 수요는 사실상 마무리되고 내년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라며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조용한 데다 외국인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금리 변동성이 쉽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일부에서는 글로벌 자금의 유입 제한에도 풍부한 국내 원화 유동성 등으로 현물시장의 장기금리가 쉽게 상승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많다.

다른 외은지점 딜러는 "외국인의 채권투자 공백에도 금리 방향성을 위쪽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며 "금리스와프(IRS)시장의 경우 역외 세력이 커브 스티프닝 포지션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게 장기 구간의 구조화예금상품 헤지 수요 등으로 커브가 제대로 서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물시장에서도 장기물 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이상 장기투자기관들의 매수세 등에 장기금리가 상승폭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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