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3일 기획재정부가 위치한 과천청사 1동 건물 뒤편에 이삿짐을 쌀 수 있는 종이박스를 실은 대형트럭이 서 있다. 바야흐로 과천청사 시대가 저물고 세종청사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재정부는 오는 7일 정책조정국을 필두로 18일 장차관실까지 12일에 걸쳐 실국별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과천청사에서 이삿짐을 싸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삿짐을 세종청사 사무실에 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세종청사 이전과 맞물려 공무원들의 또 다른 관심사인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여당과 여당 후보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박근혜 후보는 재정부의 국제금융부분과 금융위원회에서 맡은 국내금융부분의 통합을 계획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예산실이 합쳐진 과거 기획예산처 형태의 새로운 조직이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이삿짐을 풀자마자 일부 공무원은 조직개편으로 또다시 이삿짐을 싸야 하는 처지다.

당분간 업무 때문에 서울을 오가느라 정작 이삿짐을 풀지 못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예산실과 세제실 직원들이다. 재정부는 세종청사로 이전해도 내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향후 국회업무 등을 위해서 서울에 임시사무실을 두기로 결정했다. 세제실도 세제개편안 논의로 당장 서울에서 근무해야 할 시간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 장관이 서울에서 참석하는 각종 회의를 준비해야 하는 직원들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재정부 1급 공무원 대다수가 당초 세종시에 집을 구하려다가 세종시로 이사를 포기하고 출퇴근을 선택하거나, 일부 지인들에게 잠시나마 몸을 의탁하기로 한 것도 이런 처지와 무관하지 않다.

재정부의 한 직원은 "연말에 세종청사로 이전한 이후에 곧바로 짐을 다시 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당분간 이삿짐을 풀지 않고 조직개편 등을 기다리겠다는 직원들이 부지기수다"고 귀띔했다.

세종시에 거주지를 마련한 직원들도 턱없이 부족한 여건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교실이 턱없이 부족해 일부 학교는 교장실을 일반 교실로 개조했다. 오전반과 오후반 편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와 추가 주거비 등을 이유로 일부 비정규직원의 이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은 매월 20만원씩 지급되는 이전수당에서도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은 세종청사 이전을 위해 이삿짐을 싸면서도 심란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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