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한국시장에서 영업중인 해외 금융기관 일부가 연달아 철수하거나 이탈 가능성이 나오는 데 대해 금융가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철수 의향을 밝힌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을 비롯해 우리아비바, ING운용과 생명이 한국 시장을 떠나거나 매각할 뜻을 밝혔으며, HSBC는 소매금융 철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사실상 확정적이다. 일부 외국계 대형 상업은행도 부인하고는 있지만 매각 루머도 나온 상태다.

완전 철수는 아니더라도 트레이딩 데스크 축소나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실제로 외국 기관들의 영업실적은 극히 좋지 않다. 대표적으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씨티은행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60~70%가량 급격히 감소한 모습이다.

이미 십여년전 외환위기를 겪고,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목도했던 현상이지만 현 상황에서 외국계 금융기관과 자본들이 무더기로 한국 시장을 떠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다시 갖게 된다.

하지만 외국사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에 대한 금융가의 해석은 엇갈린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세계적으로 금융기관들이 수익을 내지 못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 시장이 특별히 나쁘다기보다는 수익이 떨어지는 마이너 시장에서 먼저 영업을 접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해석한다.

반면 국내 금융기관의 한 임원은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로스 컷(loss cut)이건 이익실현이건 외국계들 특유의 발 빠른 전략적 대응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외려 국내기관들은 위기대응에 대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라며 "서구 금융기관들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금융계 관계자는 최근 루머가 돌고 있는 한 외국계 상업은행 한국 시장 이탈설과 관련해 "꼭 위기가 와야 매각하고 탈출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면서 "일부 대형 외국계상업은행 한국법인 매각 루머 역시 당사자는 부인할지 모르지만 해외 일각에선 일상적인 판단에서 가능한 얘기라는 말도 들린다"고 말했다.

물론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한국 시장 포기 현상이 별 문제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국내 시장의 영업 자체가 어렵고 수익이 나지 않는 환경이라는 게 입증됐다는 점에서 경제 전체의 불황 정도를 알 수 있다.

해당 외국계 금융기관에 몸 담고 있던 직원들도 졸지에 일터를 잃고 취업 전선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도 접한다. 여러모로 국내 경제에 좋지 않은 모습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몇몇 외국사들의 이탈에 분노하거나 아쉬워할 만큼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견에 먼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고, 취약해진 해외 경제상황속에 재빠르게 움직이는 해외사들의 전략을 보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전략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제조업체들은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위상은 어떤가 생각해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융산업의 선진화라는 말은 아직 우리에겐 먼 얘기로 들린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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