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정지서 기자 = 박준현 삼성자산운용 사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준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일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실적 부진과 삼성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 결과에 책임론이 대두된 가운데, 이번 인사는 그룹내 금융계열사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5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박준현 삼성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담당 사장으로 이동한다. 삼성운용 사장으로는 삼성생명 윤용암 부사장이 임명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담당 사장은 기존에 없던 자리다. 삼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금융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 위해 박준현 사장을 앉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박 사장이 1년만에 삼성운용 사장직에서도 물러나며 업계는 경질성 인사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사장단 정기인사에서 삼성증권과 삼성운용 사장을 맞 트레이드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그룹 측은 계열사간 수평 이동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금융사 간 규모를 고려해 박 사장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신상필벌'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올해 삼성자산운용은 증시 부진과 펀드 수탁고 및 운용보수 감소라는 환경 속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독보적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업계 선두를 유지했지만 전반적인 성적은 그룹 차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8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외부 컨설팅 기관과 함께 진행한 경영진단 결과가 인사에 주효하게 반영됐다.

이번 경영진단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맡긴 80조원 규모의 일임자산 운용 실태가 집중적으로 점검됐는데, 현재 이 자산은 삼성생명이 직접 운용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출신의 신임 사장이 선정된 배경에도 삼성운용이 일임형 자산 지키기에 나선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삼성운용은 조직 활력 강화를 내세워 일부 저 성과자와 고 연령자가 퇴사하는 등 조직개편에 대한 초기 작업을 진행했다.

운용조직 등 편제 개편은 이번 사장단 및 임원인사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박 사장이 증권사에 몸담았을 시절 진행된 국민주택채 담합사건에 대한 가중처벌도 진행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고위임원은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는 박 사장의 거취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이었는데, 계열 자금 이탈 압박과 연기금 풀 복수 선정, 매니저 수익률 악화, 여기에 증권 시절 채권담합 이슈까지 불거지며 본의 아니게 책임론이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1953년생으로 서울대 법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9년에 삼성생명에 입사해 재무기획팀장과 자산운용팀장 등을 거쳐 2005년부터 기획관리실장(부사장)을 역임했다. 2008~2011년 삼성증권 사장, 2012년 삼성자산운용 사장을 지냈다.

삼성 전략기획실에서 담당임원으로 근무할 당시 동양투신, 삼성선물 인수 업무를 주도해 현재 삼성 금융 계열사를 형성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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