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업계가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상 통보에 반발하는 것을 놓고 '엄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업계가 실제로 부담해야 할 카드수수료율 인상 부담은 절대적 액수로는 크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의료비 지원과 대형 병원의 조(兆) 단위 매출액을 고려하면 '악' 소리를 낼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5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1일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과 관련한 자료를 통해 카드 수수료율 인상이 병원들의 수수료 부담을 가중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카드 건수를 기준으로 수수료율 인상분을 적용하면 서울아산병원이 연간 30억원, 신촌세브란스병원은 20억원의 추가 카드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병원도 최대 2.7% 수준까지 인상된 가맹점 수수료율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병원들의 의료수익이익률이 2% 수준인데 여기에 통보받은 수수료율이 예정대로 인상되면 이익이 상쇄돼 병원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병원들이 받는 건보공단의 지원을 고려하면 실제로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금액은 절반 넘게 줄어든다.

대학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은, 건보공단이 진찰과 진료비를 포함한 전체 의료비의 65%를 병원에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 가맹점이 1천원 매출에 대해 2.7%의 수수료율이 붙으면 270원을 가맹점 수수료로 내야 하지만 종합병원은 건보공단이 지원해주는 650원을 제외한 350원에 대해서만 수수료율이 부과된다.

수수료가 붙는 모수(母數) 자체가 일반 가맹점의 3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의료업계가 주장하는 '의료수익이익률 2%'에도 함정은 있다.

산출된 의료수익이익률은 병원이 벌어들인 수익에서 고유목적사업금 적립분을 제외한 액수에 대한 이익률이다.

병원의 고유목적사업금은 의료법인이 건물이나 부지, 의료기기 등 고정자산을 사들일 것에 대비해 이익 일부를 적립하는 돈이다.

고유목적사업금을 포함해 마진율을 따지면 의료수익이익률은 기존 2%대에서 껑충 뛰어오르고 순익도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기준으로 100배 가까이 급증한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등을 운영하는 아산재단은 13억원의 순익을 냈지만 고유목적사업금으로 적립한 1천230억원을 합하면 순익은 1천243억원으로 뛰어오른다.

연세의료원과 서울대병원도 지난해에 순익 자체로는 손실을 냈지만 고유목적사업금으로 각각 2천645억원과 760억원을 적립해놨다.

적자를 면하는 수준의 순익을 낸다는 대형 병원에 수수료율 인상분을 적용하면 이윤이 남지 않지만 고유목적사업금을 포함하면 순익은 크게 증가해 수수료율 인상분이 순익을 상쇄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고유목적사업금은 정부에서도 병원의 재투자 필요성을 인정해 병원 자율적으로 적립하는 것이다"라며 "시설과 첨단 의료기기 등에 재투자가 이뤄져야만 환자를 계속해서 유치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 병원의 고유목적사업금을 모두 포함해 순익을 봤을 때 수수료율 인상분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고가의 의료장비 구매를 위해 필수적인 자금"이라고 말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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