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와 구조화 등 커버드본드 종류 설명 추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내년부터 후순위채 발행 유인이 급격히 감소하면 '커버드본드'가 그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바젤Ⅲ 도입에 따라 후순위채는 조건부자본 요건을 갖춰야 자본으로 인정되는데, 국내 금융시장에는 낯선 채권이라 내년 중에는 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조건부자본 발행의 법적인 근거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커버드본드는 주택금융공사가 제한 없이 발행하고 있고 국민은행이 제한적인 형태지만 발행한 경험이 있다. 정부가 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법을 마련하면서 일부 시중은행은 발행에 나설 채비를 갖춘 상태기도 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커버드본드는 안전자산이라는 매력이 있다. 금융기관은 바젤Ⅲ 도입에 따라 유동성 비율을 지켜야 하는 데 따라 다른 금융기관이 발행한 커버드본드 투자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도 예상된다.

◇'봇물' 이뤘던 후순위채 사라지고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금융회사가 발행한 후순위채 발행잔액은 35조6천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은행들이 올해 들어 최근까지 발행한 후순위채는 7조9천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조5천억원이 더 발행된 것이며 4분기 중에 2조∼3조원 가량이 추가로 발행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기자본비율 규제 강화 조치인 바젤Ⅲ가 내년부터 도입되면 후순위채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 때문에 발행이 늘었다.

내년부터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은행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요건을 갖춰야만 자본으로 인정된다.

문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며 은행들이 이같은 조건부자본을 발행할 수가 없게 됐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바젤Ⅲ 도입 후 조건부자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조건부자본 발행 근거를 담았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제165조의 6에는 '주권상장법인이 미리 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주식으로 바뀌거나 상환과 이자지급 의무가 감면되는 조건이 붙은 사채 즉, 조건부자본을 발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은행이 조건부자본을 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사라졌다. 현행법에는 은행이 발행할 수 있는 사채의 종류에 조건부자본이 포함돼 있지 않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끝내 무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후순위채권을 조건부자본으로 발행할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시행령 개정에 보통 5~7개월이 걸리는 데다 개정 이후 프라이싱을 시작하면서 후순위채권 발행은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후순위채권을 조건부자본으로 발행하기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근거다.

금융당국은 후순위채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은행들과 발행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살펴볼 예정이다.

◇후순위채 대안으로 커버드본드 유력

후순위채가 당분간 사라지는 대신 커버드본드가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커버드본드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주택담보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5년 이상의 장기채권이다.

발행기관이 파산해도 투자금을 건질 수 있고, 채권의 담보자산뿐 아니라 발행기관의 다른 자산에 대해서도 이중으로 변제를 청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커버드본드의 안정성이 부각되며 선진국 은행 자금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커졌다.

우리나라는 현재 주택금융공사만 법제화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고 있다. 법에 의해 투자자의 이중상환청구관과 담보자산의 분리, 적격 담보자산의 요건 등이 규정된 형태다.

시중은행은 발행의 법적 근거가 아직 없어 국민은행이 구조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구조화 커버드본드는 금융기법을 이용해 법제화 커버드본드와 경제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갖추도록 한 것이다. 법제화 커버드본드보다 담보자산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약해 발행금리가 높다.

정부는 이에 따라 커버드본드 활성화법을 마련해 지난 10월 입법 예고했다.

현재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의 장기ㆍ고정금리 비중을 2016년 말까지 30%로 높여야 해 커버드본드 발행 수요가 크다. 적격대출 규모가 큰 일부 시중은행은 커버드본드 활성화법이 시행되는 대로 발행에 나서기 위해 채비를 갖춘 상태기도 하다.

은행은 커버드본드 발행과 함께 투자에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바젤Ⅲ 도입에 따라 고유동성 자산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젤Ⅲ에 따른 고유동성 자산에는 국공채와 AA- 등급 이상의 회사채를 비롯해 커버드본드가 포함돼 있다.

커버드본드는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의 수요도 몰릴 전망이다. 장기 고정금리 형식으로 발행돼 장기 투자자의 관심도 끌 것으로 보인다.

민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며 커버드본드 발행이 증가했다"며 "커버드본드가 매우 안전한 자산이라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민 연구원은 "국내 발행 커버드본드 역시 관련법이 시행되면 이중상환청구권과 적격 담보자산 요건이 엄격하게 규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안전자산 성격이 강하다"며 "경기변동성이 클 때 유용한 투자수단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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