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 보폭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이끌 핵심 실세들도 주요 포스트에 전진 배치되면서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5일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윤주화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겸 전사 경영지원실장을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상훈 삼성미래전략실 전략1팀장 사장을 윤주화 사장이 맡던 자리로 보직을 변경했다.

삼성의 광고ㆍ홍보를 맡아온 임대기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제일기획 대표이사로 '영전'했고, 삼성의 '입'으로 통하는 이인용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은 사장으로 올라서면서 '별'을 달았다.

윤주화ㆍ이상훈ㆍ임대기ㆍ이인용 사장은 모두 '이재용 시대'를 이끌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인사들이다.

제일모직을 초일류 패션 기업으로 도약시키라는 '특명'을 받아 이 회사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윤주화 사장은 삼성의 전형적인 관리ㆍ재무통으로 꼽히는 인사다.

수원고과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윤 사장은 197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주로 가전부문에서 일하다 1988년 경영지원실 재경팀 경영지원그룹장으로 재무 업무를 보기 시작한 이후 줄곧 재무와 관리부문에서만 일했다.

2000년 경영지원팀장과 상무로 승진한 이후 2년 간격으로 전무와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고, 2004년부터 경영지원팀장과 부사장으로 일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진 뒤 경영지원총괄본부가 해제되면서 사장급인 감사팀장으로 승진해 자리를 옮겼는데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고강도의 내부 감사를 벌이기도 했다.

삼성 내부의 '문제'는 누구보다 잘 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2009년 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경영지원실이 복구되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인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삼성전자의 재무를 '초일류'로 만드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삼성은 윤주화 사장을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로 보내면서 "삼성전자의 선진화된 경영관리와 혁신 노하우를 제일모직 패션사업에도 접목시켜 제일모직을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은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이 맡고 있다. 이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이 점쳐졌지만 현재의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 사장이 제일모직으로 이동한 것이 향후 이서현 부사장의 입지와 경영능력을 다져주기 위한 경영시스템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CFO 역할을 하는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상훈 사장은 삼성 최고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인사다.

경북대사대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서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사장은 1990년 이후 줄곧 경영지원 파트에서만 일해왔다.

2008년 사업지원팀장으로 승진하면서 부사장 타이틀을 달고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에서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이사회 멤버가 된 경우는 김인주 삼성선물 이사가 유일했다.

이 사장은 2010년에는 사업지원팀장 사장으로 승진하고, 그해 복구된 그룹내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업지원팀장 시절부터 삼성전자의 인수ㆍ합병(M&A)과 투자 등을 주도했다.

이번에 이재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전사적인 업무를 총괄할 예정인 만큼 재무와 전략을 뒷받침하는 큰 임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기자 출신으로 삼성의 '대변인'인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올라선 것도 눈에 띈다.

기자를 그만두고 2005년 삼성전자 홍보팀장으로 입사한 이 사장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삼성의 기업홍보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자금 사건'으로 신뢰가 추락한 삼성의 브랜드를 복원하기 위해 사내외 소통을 강화하고 그룹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해 왔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신망이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후계 승계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앞두고 대외 홍보를 강화하려는 삼성의 전략이 반영된 인사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1981년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줄곧 홍보와 광고만을 담당해 온 임대기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이 제일모직 사장으로 승진해 자리를 옮기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풀이된다.

임대기 사장 입장에서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제일모직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이번 승진 이동이 친정으로 '영전'해 복귀하는 측면도 있다.

삼성은 "임 사장이 제일기획을 글로벌 광고회사로 도약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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