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삼성이라는 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 뉴욕에 갈 땐 삼성전자와 이용 계약을 맺은 K항공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운이 좋다면 옆자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혼자 앉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만큼 뉴욕 출장이 잦다.(한국시간으로 5일 송고된 `이재용, 부회장 승진…'광폭 행보' 날개 달아' 기사 참조) 그만큼 미국에서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전략사업인 휴대전화 사업의 경우 애플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내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시장점유율은 애플보다 높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6.3%로, 17.8%를 기록한 애플을 앞섰다.

하지만 애플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서 경쟁은 점점 불꽃이 튀고 있다.

삼성은 애플과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애플에 많은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의 경쟁자이자 협력사인 셈이다.

이런 묘한 대치 상황에선 통신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 부회장이 수시로 미국으로 날아와 세계 최대 통신업체 V사의 경영자와 만나는 것은 이런 절박함에서다.

또한, 좋은 매장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한 과업이다.

이 부회장이 B사 등 미국 대형 할인매장의 경영자를 수시로 접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매장 내에서 소비자들 눈에 가장 잘 띄는 이른바 `로열 박스'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뉴욕에 있는 가전제품 매장에 가면 삼성이 이 부분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최적 눈높이에 맞춰 신상품으로 진열된 제품은 주로 삼성 브랜드다.

TV의 경우 통상 먼저 중가제품인 L전자, 그다음 중앙에 고가품인 삼성전자, 그리고 맨 끝에 중저가품인 일본의 S전자 제품 순서로 진열된다.

저가 할인 매장인 W마트에는 삼성전자 제품이 없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상 공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전략의 많은 부분이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출장에서 완성된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미국을 자주 찾는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인력 '스카우트' 업무다.

차세대 삼성을 이끌어갈 뛰어난 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그가 직접 뛰는 것이다.

애플과 치열한 특허 전쟁을 벌이는 시점에서 스카우트는 이 부회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면접하는 이들의 소위 `몸값'은 한 사람당 통상 50억원이 넘는다는 후문이다.

월가 투자자들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은 경쟁사인 `애플'로 알려졌지만, 최근 애플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월가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는 이런 중요 비즈니스를 하면서 통상 비서, 실무자 등을 동행하지 않는다. 대부분 그는 혼자 K항공을 타고 뉴욕 JFK공항에 내린다.

`설마 차는 준비돼 있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 택시를 이용한다.

삼성전자의 부회장이, 한국 재계 서열 1위 기업 오너의 아들이 수행 비서도 없이, 고급 승용차도 없이, 평상복에,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들고, 마치 어학연수 온 대학생처럼 뉴욕 중심부를 활보한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그는 혼자 세계적 기업의 경영자를 만나 이렇게 비즈니스를 한다. 점심은 주로 샌드위치로 때우고, 밤엔 가끔 고급 술집을 이용한다고 한다.

"프랙티컬(practical)".

이것이 이재용 스타일이다. 의전만 신경 쓰는 사람은 잘라버린다고 한다.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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