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파켈라키(fakelaki), 라가르드 리스트,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부상…. 이 모든 것은 부패한 그리스를 대변한다. 관행적인 뇌물인 파켈라키를 으레 주고받던 그리스 고위층은 재정위기의 위험을 감지, 스위스 은행으로 재산을 빼돌렸다. 최근 이들의 명단인 라가르드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그리스를 발칵 뒤집었다. 거듭된 고위층 부패로 돌아선 민심은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시리자에 힘을 싣고 있다.

그리스 특권층의 부패와 불투명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그리스의 현실이 최근 지표로 확인되면서 그리스에 개혁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세계투명성기구(TI)의 2012년 '부패 인식 지수' 조사에서 그리스는 세계 176개국 중 94위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로 평가됐다. TI는 "올해 지수에서 부진한 국가들은 금융 위기에 가장 타격을 받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을 포함한다"면서 "우리는 금융위기를 없애고자 공공 부문의 부패 위험을 없애라고 유럽에 지속적으로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부패지수가 낮아진 것은 거듭된 경고에도 그리스의 부패상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패지수는 부패와 비리가 비밀리에 이뤄지는 특성상 부패를 직접 측정하는 대신 정경유착, 공무원의 뇌물수수, 탈세 등 부패에 대한 각국의 인식을 수단으로 삼는다. 지난 1년간 그리스에서는 강도 높은 긴축으로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부유층이 조직적으로 탈세를 저지르는 등 시민들을 분노케 할 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잇따라 터진 부패 소식으로 나빠진 여론이 지수 하락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TI의 야나 미터마이어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사 결과는 EU가 회원국에 더 많은 정보와 책무를 요구하라는 경고음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hj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