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코스피가 1,900선을 돌파했다. 유럽 재정위기 학습효과로 투자자들은 불안한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봤지만, 코스피는 의외로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연 재정위기 이후 대대적인 매수를 보이는 외국인의 힘이다.

20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별 현황(화면번호 3302)에 따르면 외국인은 현물, 선물, 옵션, 차익, 비차익 프로그램에서 모두 순매수를 보였다. 주식 관련 모든 상품과 모든 방법에서 순매수하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외국인은 19일 현물 주식을 7천432억원 순매수해 8일 연속 매수 우위 흐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순매수한 금액만 2조5천억원에 달한다. 코스닥도 342억원 순매수했으며 선물과 콜옵션도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선물 누적 포지션은 12월 만기 이후 처음으로 매수로 돌아섰다. 콜옵션 순매수는 10거래일째 계속됐다. 전일 베이시스는 1.68포인트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까지 확대됐다.

외국인이 현물을 너무 강하게 사는 나머지, 선물이 이 강도를 따라가지 못해 장중 베이시스가 급락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로는 4천280억원, 비차익거래로는 2천72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전체적으로 7천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현물 매수와 활발한 프로그램 유입에 힘입어 코스피가 계단식 상승세를 지속했다"며 "선물의 경우 외국인의 신규매수와 환매수가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선물 대규모 매수 덕분에 프로그램 차익 매도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매수가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이 현,선물에 동시에 베팅하면서 베이시스 수준 자체가 프로그램 매물이 나올 수 없는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 증시 수급에는 외국인에 의한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은 차익 매수도 본격화했는데, 이는 조달금리와 거래비용을 고려할 때 손익분기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베이시스가 1.80포인트를 웃돌면 차익매수는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차익 기준, 배당을 받기 전에 유입됐던 물량의 평균 단가가 1.5포인트 정도돼 베이시스가 0.4포인트 수준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차익 매도가 나올 수 없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며 "베이시스가 0.4포인트 수준으로 낮아진다해도 나올 수 있는 물량은 1조121억원 정도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지 연구원은 "베이시스가 0.6~0.4포인트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지수는 점진적으로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주식을 바스켓으로 사는 비차익매수가 계속되는 점도 외국인이 끌어올리는 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원동력은 외국인의 현물수급인데, 특히 추세를 형성해 가고 있는 비차익매수가 인상적"이라고 강조했다.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는 한국관련 펀드의 자금집행, 차익거래의 비공식 통로로 활용되는데, 최근 매수는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관련 펀드로 3주 연속 자금 유입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통상 국가, 지자체와 통일한 패턴을 보이며 비공식 차익매수로 의심되던 부분이, 패턴의 이탈과 함께 매수 추세를 이어오고 있는 게 그 근거다.

문 연구원은 "비차익 매수와 함께 차익과 개별종목 또한 매도세가 정체되는 등 이런 외국인의 수급 변화는 지수의 상승 가능성을 높여주는 근거"라며 "안정되는 변동성과 수급이 제시하는 단서들을 믿어 본다면 연휴는 일단 주식을 보유한 채 맞이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가장 유동성이 좋고 집중력이 좋은 외국인이 전일 대규모 현물, 선물, 옵션을 동시에 매수하는 등 경제위기 이후 대대적인 매수 국면에 진입했다"며 "외국인을 추종하는 세력까지 더해져 한동안 외국인 앓이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s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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