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2012년 주요 갈등 일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전자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묵은 경쟁심이 최근 들어 낯뜨거운 설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14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TV와 가전 부문에서의 치열한 경쟁심이 상대방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차세대 TV패널 기술을 상대보다 먼저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소송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 올해 들어 냉장고와 TV 분야에서 '난타전' = 올해 들어 양사의 감정싸움은 더욱 거칠어졌다.

삼성이 지난 9월 인터넷 사이트에 자사 냉장고와 LG 냉장고의 저장용량을 비교한 동영상 광고를 게시하자, LG 측은 실험이 자의적이라며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은 광고 중단을 명령했다.

특히 삼성과 LG는 차세대 TV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과 7월, 경기경찰청과 수원지방검찰청이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SD)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관련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직원 등을 기소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자 SD는 즉각 "LGD가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려고 경쟁사의 기술을 훔쳤다"고 비난했고, LGD는 "삼성이 우리에 대해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양측은 다툼은 법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9월 SD가 LGD를 상대로 OLED 기술침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자, LGD도 SD를 상대로 OLED 특허침해 소송을 걸었다. 이에 SD는 지난달 특허무효심판을 요청하며 또다시 LGD에 맞섰다.

최근에는 SD가 LGD에 대해 LCD(액정표시장치) 특허침해 소송을 추가한 것을 계기로 양사는 다시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았다.

◇ '어긋난 인연'은 40년전 부터 = 양사의 이런 다툼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전자 분야의 진출을 결정하자, 당시 LG 측은 사돈 관계인 삼성이 자신들의 주력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것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

이때부터 삼성과 LG의 감정싸움은 태생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후 양측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감정대립을 하며 서로 견제했다. 가량 당시 금성사(LG)가 '기술의 상징'이라는 광고 문구를 만들면 삼성이 '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받아치고, 금성사가 다시 '최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대응하는 식이었다.

이후 두 회사는 지난 1995년, 자사의 냉장고만이 육각수(화학적 구조가 6각형 고리구조를 이루는 물)를 만들 수 있다며 일명 '육각수 전쟁'을 치렀다.

2005년에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대리점에 전시된 냉장고 외벽에 3천년에 한 번 핀다는 '우담바라(불교 경전에 보이는 상상의 꽃)'가 피었다고 자랑하자, LG전자가 "청결 문제로 생긴 이끼일 뿐"이라고 공격하며 '우담바라 논쟁'을 벌어지기도 했다.

TV 부문에서도 양사는 서로 줄기차게 공격했다.

특히 2년여 전부터 당시 처음 출시된 3D TV를 놓고 서로 자신들의 기술이 우수하다고 홍보하며 상대방 제품을 깎아내렸다.

이에 삼성과 LG 모두 상대방의 광고가 부당하다고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작년에 양사 모두 해당 광고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 TVㆍ가전 부문의 '지나친 경쟁심'이 원인 = 이처럼 두 회사가 수십 년째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은 그만큼 양사가 가전 분야에서 선두를 다투는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에게는 TV 부문에서는 7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는 삼성이 넘어야 할 산이다. 삼성으로서도 백색가전 부문에서만 줄곧 LG에 밀리는 것이 항상 컴플렉스다.

이처럼 서로 상대방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강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견제도 심해진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들어 차세대 TV인 OLED TV를 먼저 양산하겠다고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자회사인 SD와 LGD 입장에서는 관련 패널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D와 LGD 모두 경쟁사보다 대형 OLED 패널 양산에 먼저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서로에 대한 견제심이 커져 공개적인 소송전까지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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