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대한항공은 화물 수송량 감소와 운임 하락,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순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재무상태의 개선 여지도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크레디트 투자자들에게 대한항공 회사채는 여전히 큰 인기다.

대한항공은 내달 6일 3천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상대로 입찰을 실시했는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20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전일 입찰에서 발행규모는 3천500억원으로 당초 목표치보다 500억원이 늘었고, 발행금리도 대한항공의 개별민평금리보다 낮게 결정됐다.

3년물은 4.29%, 4년물은 4.52%로 낙찰됐다. 발행규모는 각각 2천억원과 1천5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인수단으로는 무려 19개 증권사가 참여했다.

3년물은 우리ㆍ한국ㆍIBKㆍ현대ㆍ한화ㆍKTB증권이 200억원씩 인수했고, 이트레이드ㆍ대우ㆍ삼성ㆍ동양ㆍ신한ㆍ하나ㆍSKㆍ대신증권이 100억원씩 가져갔다.

4년물은 이트레이드증권이 400억원을, 대우ㆍKB증권이 200억원씩 인수했다. 우리ㆍ한국ㆍ삼성ㆍHMCㆍSCㆍ신영ㆍ동부증권도 100억원씩 받았다.

올 들어 발행된 회사채 가운데 이처럼 많은 증권사가 참여해 물량을 받아간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수요가 많았다는 것을 방증했다.

대한항공은 내달 8일과 12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1천억원과 2천500억원 등 총 3천500억원의 회사채 차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금리를 낮춤으로써 비용부담은 한결 덜게 됐다.

대한항공의 실적ㆍ재무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 간 전망치를 내놓은 10개 증권사의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천116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전년의 1조1천695억원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순손실은 531억원으로 관측됐다.

2010년 실적이 워낙 좋았던 터라 상대적으로 나빠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순손실을 볼 것이란 예상만 보면 실제 크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최근 중동발 악재로 유가가 꿈틀대는 상황이어서 올 한해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부채비율은 여전히 400%를 웃돌고 있을 정도로 재무상황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크레디트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채 인기에 대해 '크레디트 이슈' 보다는 '가격메리트'가 이유가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보험사와 연기금의 수요가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그동안 워낙 발행량이 많아 유통물량이 많다는 메리트도 작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크레디트 투자자는 "유가 상승과 항공기 도입 예정 등으로 실적 및 재무적 질이 하향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시장에서는 먼저 가격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투자자는 "최근 크레디트 발행물들이 워낙 강하게 찍힌 것에 비하면 대한항공은 덜 강하게 찍히니까 수요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워낙 낮은 수준의 국고채 금리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채권 수요가 최근 크레디트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사려는 수요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증권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도 "가격 메리트가 있어 보험과 연기금 등에서 캐리수요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화물 운송수요의 60% 이상을 IT 제품이 차지하는데 IT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있고, 중국의 춘절수요에 따른 단기 실적 개선 등을 고려해 일부는 트레이딩 수요도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A'인데 동일 등급의 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부도리스크가 현저히 낮을 것이란 기대도 일부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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