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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이번만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라는 말일 게다.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낼 때 시장은 처음에는 상승에 회의적이지만 그럼에도 주가가 거푸 상승하면 슬슬 생각이 바뀐다.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희망 말이다. 약간씩 불안해하지만 여전히 주가가 씩씩하게 오르면 이제 시장은 낙관론에 휩싸인다. 그리고 정점이라고 생각되던 수준과 중요한 저항선마저 뛰어넘어 주가가 더 오르면세상은 온통 장밋빛이다. 진짜다. 이번만은 다르다! 야호!

예전에는 주가가 오르면 조정이 나타났지만 이번만은 달라! 계속 오를 것이야. 이런저런 점 때문이야. 외국인, 환율, 지정학, 세계적인 유동성 등등 온갖 이유를 들먹이며 지금이 왜 과거와 다른지 설명하는 분석 자료가 난무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라. 천만에 말씀! 이번만은 다르다고? 아니다. 그렇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여름이 있으면 겨울이 있는 법이다. 밤이 되면 곧 새벽이 찾아오지만, 날이 밝으면 또 분명히 해가 질 터. 그렇지 않은가?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차트를 본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 일목균형표로 따져도 주가가 오를 법 했다. 기준선과 전환선이 호전된 이후 주가가 후행스팬을 뚫었고, 급기야 선행스팬1, 2를 연달아 돌파하여 구름을 벗어났으니 상승세가 내내 이어진 것도 이상하지 않다.

11월16일에 1,856이던 지수는 어느새 2,000선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주가가 오르는 과정이 좀 급격하였다. 영업일 기준 20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조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니 누가 보더라도 이제는 슬슬 조정이 나타날 법 하다. 시장에도 조정을 예상하는 글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물론 증시 격언에 이르길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라고 하였으니 현 상황에서 조정이 있더라도 그 폭은 미미할 공산이 높다. 자칫 하루, 이틀만에 조정이 후다닥 끝날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하루이건 이틀이건 조정이 나타날 시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러 기술적지표들도 심상치 않다. 스토캐스틱부터 본다. 이미 잔뜩 과열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당장에라도 매도신호로 뒤바뀔 수 있다. RSI도 마찬가지이다. 지난주 목요일에 83.18이라는 고점을 만들고 하락하였다. 신호를 즉각 나타낸 것은 아니지만, 오늘이라도 매도신호를 발령할 수 있는 상황이다. CMO도 같다. 아울러 RVI, MFI 등등도 같은 형편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주가가 내내 올랐으니 시장지표들이 죄다 과열권에 들어선 것은당연지사.

시장의 심리라는 것은 참으로 희한하여 주가가 오를 때에는 한없이 낙관적이었다가, 주가가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 금세 지극히 비관적으로 바뀌기 일쑤다. 지금이야 온통 세상이 장밋빛으로 보일지 모르나,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변모할지 알 수 없는 노릇. 차트에서도 과열을 말하고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지수 2,000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겠다.

만일 조정이 나타난다면 전환선이 걸쳐있는 1,965선이 1차 목표, 그리고 지난 11월7일의 고점이었던 1,935가 2차 목표이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단기조정의 가능성이 높아서 목표치에 닿을지는 의문이다만.

(달러-원 주간전망)

주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달러-원 환율전망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단 한 마디. “달러-원은 하락세입니다.”라는 말 이외에는 별로 할 말도 없다. 기술적 지표들은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지표들이 바닥권이면 뭐하나? 환율은 내내 하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유행어로 말한다면 “지표가 바닥이면 뭐하노? 소고기 사먹겠지”)

더구나 나름대로 튼튼한 지지선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던 1,080원(솔직히 말하여 나는 1,080원이 궁극적으로 무너지기야 하겠지만 올해 안으로는 그럭저럭 지켜질 줄 알았다. 혹은 설령 무너지더라도 연말 언저리쯤이나 되어야 할 줄 알았다)이 덜컥 무너졌으니 이제는 기대할 곳도 없다. 되레 1,080원은 저항선으로 작용하여 환율의 반등이나 막아설 참. 아래로 지지선은 이제 영영 보이지 않는다.

아래로 목표치 혹은 지지선을 설정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전인미답(前人未踏), 전혀 밟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말한다면 2011년의 저점이었던 1,048원이 눈에 들어오긴 하는데. 거기까지는 아직은 좀 멀다. 결국, 당분간 달러-원은 뚜렷한 지지선 없이 줄줄 흘러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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