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잇따른 부동산 경기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 성격을 지닌 아파트의 대량공급으로 정책 효과가 발휘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파트는 활황기에는 유가증권처럼 개별 입지에 관계없이 활발하게 거래되지만 불황기에 접어들면 부동산의 속성이 강화되는 양면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가집계된 5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4월에 이어 전년 동월 대비 7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5.10 대책의 성패를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지난해부터 2개월에 한 번꼴로 대책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정책 효과가 벌써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0년부터 국토해양부 등 정부가 발표한 주택 거래 활성화 정책만 10여건이다. 그러나 DTI 완화 방안이 포함됐던 2010년 8·29 대책을 제외하면 시장의 추세를 반전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12월 매매거래 건수가 2만5천299건으로 깜짝 반등을 보였지만 올해 1월 들어 신고된 거래량이 5천469건으로 급감한 점을 고려할 때 추세 전환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양면적인 자산속성을 지닌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된 현재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전체 주택 재고의 37.5%를 차지하던 아파트는 2010년에는 전체 주택의 59%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은 "아파트는 규격이 표준화되어 활황기에는 증권처럼 거래되지만 불황기에 접어들면 입지와 같은 개별 특성이 강조되어 부동산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따라서 활황기를 염두에 둔 정책이 불황기에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선 소장은 분석했다.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씨도 "2000년 이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영업 강화로 아파트가 주거 정책보다 금융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며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현재까지 정부의 정책을 보면 실수요자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거래 위축으로 고통받는 서민이 도대체 누구냐"며 "국토부는 거래활성화 같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이 아니라 서민 주거안정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정부가 설익은 대책을 내놓기보다 시장 내부에서 스스로 매수세가 회복될 때까지 현재의 시장 상황을 놔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구매에 나서기 위해서는 아파트 가격이 소득 범위 내에서 해결가능하거나 지금이 바닥이라는 신호가 확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되는 정책은 잠재수요자들에게 혼란만 가져오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팀장은 "현재 수준의 가격에서는 수요층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소득이 늘거나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서는 시장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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