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국내 부동산 시장도 미국처럼 그림자재고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림자 재고란 압류절차에 들어간 주택, 악성연체 주택, 압류돼 금융기관이 소유한 주택 등이다. 이런 물건은 일반 시장에 나오지 않지만, 잠재 매물부담이 될 수 있어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은 24일 올해 들어 4월까지 법원 경매에 등장한 전국 아파트 건수가 일반 매매거래 대비 4.9%(7천288건)로 지난해 평균 3.5%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 대비 경매 건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올해 들어 4월까지 경매된 수도권 아파트는 모두 3천844건으로 매매거래 대비 7.6%에 이르렀다. 지난해는 4.8%에 불과했다.

아파트의 매매거래 대비 경매 비율이 증가한 것은 경매 건수의 증가보다 매매거래의 위축이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경매 건수는 지난해와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올해 들어 매매거래가 많이 줄어들면서 경매 매물의 비중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부동산 시장도 미국과 같이 경매매물과 같은 그림자 재고의 증가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매거래가 위축되면 경매 물건의 낙찰가격이 일반 시장 거래가의 기준으로 간주돼, 전반적인 가격의 하락을 이끌고 일반 매물의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그림자 매물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의 증가에도 가격이 하락,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도 호황기였던 2006년에는 그림자 매물의 비중이 8.3%에 불과했지만, 불황기에는 40.7%까지 수직 상승, 그림자 매물이 경기 회복에 막대한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그림자 매물 비중이 낮다고 방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가격이 채무금액 이하로 떨어지면 처분할 방안이 법원 경매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미국은 채무액 이하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법원의 압류 외에도 주채무은행의 동의를 얻어 채무자가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숏 세일' 제도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민 선임연구원은 "경매물건과 같은 그림자 매물이 시장의 회복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사전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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