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중국이 지난해 11월 미국 국채를 순매도했지만, 일각에서 우려하던 금융시장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공백을 메울 만큼의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비관론자들은 지난 몇년동안 빠른 속도로 미국 국채를 사들여 최대 보유국 된 중국이 국채 매입을 중단하거나 매도해버리면 국채 금리가 치솟고 달러화는 떨어져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걱정대로 중국은 최근 미 국채 보유를 줄였다.

미국 재무부의 월간 국제 자본수지(TIC)에서 작년 11월 중국의 미 국채보유액이 15억달러 줄어든 1조1천330억달러로 집계된 것이다. 그보다 앞서 10월에는 142억달러 이상을 순매도했다.

중국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10월과 11월 미 국채를 순매도하면서 4분기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미 국채 금리는 작년 12월 31일 1.876%으로 사상최저치인 1.672%와 0.20%P의 차이만을 기록했다. 또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상승했다.

우려했던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총 미 국채 규모가 분기마다 3천억달러씩 증가했기 때문에 중국이 국채 매입을 줄였다면 국채 금리는 상승했어야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 민간 투자자들의 매수가 있다.

먼저 연방준비제도(Fed)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 국채를 매입해왔다. 현재 Fed의 국채 보유량은 1조5천500억달러로 가장 많다.

일본의 미 국채 보유규모는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1천566억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이 275억달러어치를 줄인 것과 대비된다.

일본 외환 당국이 엔화 매도 개입을 단행하면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자 미 국채를 산 것이다.

중국이 여전히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외국 국가지만, 2위인 일본의 보유량은 11월 1조390억달러로 늘어나 중국과의 격차가 1천억달러 미만으로 좁혀졌다.

해외와 국내 민간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중국의 공백을 메웠다. 유로존 재정 위기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인민은행과 국부펀드가 특히 영국 금융시장을 통해 매입한 물량이 있어 재무부 통계치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10월과 11월 영국이 매입한 미 국채 78억달러어치 중 일부가 중국 정부 소유라고 해도 중국의 순매도 물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중국이 매도나 매입 중단을 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중국의 분기별 외환보유액이 지난 1998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인민은행 통계에서도 미 국채 매입이 주춤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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