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기획재정부가 오는 9월부터 국고채 30년물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해당 채권의 적정금리를 두고 시장의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국고채 30년물의 적정금리를 추정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으나, 실제로 채권의 인수업무를 담당할 국고채전문딜러(PD)들은 국고30년 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험사 수요가 관건..PD들 "물량 부족할 수도"= 20일 PD들은 앞으로 30년물 발행시점 등을 고려할 때 적정금리 수준을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진단하면서도,올해 발행물량이 1조6천억원에 그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국고30년 금리도 해외 스프레드 사례 등을 근거로 집계되는 수준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오는 9월부터 매월 4천억원씩 발행된다면 해당 물량은 대부분 장기투자기관의 보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실제 PD들이 담당할 시장조성 과정에서는 물량 부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A증권사 PD는 "30년물의 초기 발행물량이 제한적인데 따라 PD들 사이에서는 장기투자기관의 실제 수요를 제외한 물량을 대상으로 장내 유통시장 조성에 나선다면 스퀴즈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라며 "20년물 발행 당시와 마찬가지로 올해 30년물의 금리 수준은 20년물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B증권사의 PD는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는 국고30년 적정금리 수준은 다소 하향 조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며 "현재 장기투자기관의 수요로만 보면 한달에 4천억원씩의 물량은 충분히 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D들이 호가 조성용으로 일부 물량을 가져간다고 보면 30년물의 수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라며 "10년물 금리가 3.80%라고 가정할 경우 30년물 금리는 4.1% 내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정부가 장기투자기관의 수요에 따라 발행물량을 조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할 경우 30년물의 금리 왜곡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C외국계은행 PD는 "스퀴즈 우려 등이 나타난다면 정부가 발행물량을 늘릴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시장의 문제는 보험사들이 저금리 기조 속에 장기 국고채 투자를 꺼린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국고채 20년-30년 듀레이션 차이는 3년"..스트립채권 변수= 또 실제 국고채 30년물의 듀레이션이 국고채 20년물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20년물과 스프레드가 축소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현재 국고20년 지표종목의 듀레이션은 약 13.8년이다. 채권업계는 국고30년의 듀레이션을 약 17년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A증권사 PD는 "국고채 20년과 30년의 듀레이션 차이가 3년이기 때문에 금리가 1bp 움직일 때의 가격차이는 3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20년물과 30년물 금리의 스프레드가 확대될 여지가 많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고20년의 스트립채권 수요로 국고30년에 대한 인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 듀레이션이 30년물과 20년물의 차이가 크지 않은만큼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 입장에서는 국고30년보다 20년의 듀레이션이 보장되는 20년물 스트립채권을 더욱 선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향후 국고30년 스트립채권 수요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D외은지점 PD는 "국고채 20년 원금 스트립채의 듀레이션이 20년으로 보장되는 만큼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맞춰야 하는 장기투자기관으로서는 국고30년보다 국고20년 원금 스트립 채권 등을 선호할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30년물 스트립채권에 대한 수요 파악 등이 진행된 뒤에야 국고30년에 대한 적정금리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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