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 동의대 교수>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신규 분양 열기에 도취된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거래가 중지되다시피 한 재고 주택이 투자 여력을 소진시켜 2014년에는 매매실종, 역전세 대란 등 공급 과잉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란 불길한 진단이 나왔다.

부동산모니터링그룹(RMG)의 부울경 전문위원인 강정규 동의대 교수가 이같은 진단을 내린 당사자다. 강 교수는 교보생명과 동양그룹 부동산팀에서실무를 담당하다 건국대에서 부동산학 석사학위를, 강원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론과 실무에 두루 밝은 부동산 전문가이다.KDI와 건국대가 발족한 부동산모니터링그룹((RMG: Real Estate Market Monitoring Group)은 전국의 부동산학과 교수와 종사자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이다.중앙위원 10여명이 중개, 금융, 건설 등 부동산 관련자들을 지역별로 조직화하여 분기별 또는 수시로 부동산시장동향을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해 정책제언을 하고 있다.

강 교수를 만나 부·울·경 부동산 시장의 주요 이슈와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부·울·경 과잉 문제 터진다 = 현재는 잠복해 있는 과잉 공급의 문제가 2014년에는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통계학적인 요인을 감안할 때 학계에서는 부산 1만 2천세대, 경남 6천세대 내외를 주택 수요로 파악한다. 그런데 2011년에는 부산에서만 2만8천세대, 경남에서는 2만세대 가까이 분양됐다.

분양과 착공, 입주의 시차로 현재는 수면 아래에 있지만 2년 뒤인 2014년 입주가 시작되면 부산 정관 신도시, 경남 양산 신도시와 김해에서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강 교수는 "수차례 이 문제에 대한 경고를 시장에 던지고 있지만, 아직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과잉 공급이 해소될 때까지 주택보유자들은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울산은 2008년 이후 500세대 이상 대규모 단지 공급이 2곳에 그친 데다 그나마도 중대형 위주로 이뤄져 중소형 위주의 활황세가 당분간 유지되다 부산ㆍ경남의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DTI완화, '패착'될 수도 = 강정규 교수는 정부에서 내 놓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방침이 향후 다가올 위기관리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DTI를 일부 보완하겠다고 밝혔으며 자산이 많은 은퇴 대상자와 향후 소득 향상이 기대되는 젊은 층이 수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강 교수는 "DTI나 LTV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마지막 안전판으로 거론되는 것들"이라며 "지금은 위기가 다가왔을 때 그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소한 부산, 경남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통한 가격 통제의 효과로 신규 주택 분양이 활발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부산시 11개 자치구의 분양가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강 교수는 "지방의 신규 분양이 활황을 보이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건설사들이 다시 고분양가 정책으로 돌아서 미분양 급증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며 "가뜩이나 공급 과잉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미분양까지 덮친다면 해결불능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울·경 시장 주요 이슈 = 2011년 5월 이후 주택거래량과 가격상승률이 매우 둔화됐으며 최근 들어 거래가 아예 안 되고 있다.

강 교수는 "기존 주택시장의 침체에도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대부분 1순위 청약 마감되는 기현상이 부산, 경남 시장에 나타났다"며 "이는 단기 매매가 가능하고 환금성이 높은 분양시장에서 기존 주택 보유 부담을 해소하려는 투자자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의 신규 분양 단지들이 미분양을 우려해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10~20% 낮게 책정한 곳이 많았으며 전체 분양단지 가운데 90%가 시세보다 낮아 증권시장의 '물타기'와 비슷한 현상이 주택시장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주택의 거래가 실종된 탓에 저축과 차입을 동원한 분양 아파트 매입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강 교수는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운대 웰시티와 WBC솔로몬타워, 부산 중구의 부산롯데타운 등 초고층 빌딩사업과 한국수자원공사와 부산시가 강서구에 추진하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주목해야 할 개발 이슈다.

대규모 자금조달과 인허가 변경 등 난제를 안고 있는 이들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면 지역 부동산 시장에 활력소가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하락의 신호탄이될 가능성도 높다.

강 교수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지역 여론을 등에 업고 유력 대선주자들의 공약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부산 강서권이 단기적으로는 개발 호재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부·울·경 시장 현황 = 부산, 경남지역의 부동산시장은 올해 2.4분기 들어 가격과 거래량 등 전체적으로 조정기에 접어든 모습이 완연하다.

2012년 하반기 이후 입주물량이 증가하게 되면 조정국면 양상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울산지역 부동산시장은 2분기 현재 가격과 거래량 등 전체적으로 장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

우정혁신도시 신규분양아파트의 높은 분양률과 이에 따른 가격상승으로 매매문의가 많이 증가하고 있어 2분기 이후에도 거래량이 더욱 늘고 가격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강정규 교수는 "울산의 경우 부산ㆍ경남에 1년 정도 후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2008년 이후 중소형 공급이 한동안 단절되다 혁신도시 사업으로 재개되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spna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