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천문학적인 부채를 지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조2천억원에 이르는 토지보상비 대부분을 현금 지급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수조원대의 보상금이 풀리지만 지역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보상금이 다시 금융권으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H는 16일 파주운정3 택지개발예정지구 보상금의 현금 비중이 파격적으로 높아진 데 대해 보상지연으로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당초 LH는 보상 개시 이후 6개월 동안은 채권으로, 이후 2개월 동안은 현금 3억원과 채권으로, 전액 현금 보상은 가장 뒤에 지급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전체 보상금에서 최소 50%는 채권으로 지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009년 사업중단 이후 대토 등을 위해 은행에 대출을 받은 지역 주민이 빚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는 등 보상금 지급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데다 최근 LH국정감사에서는 채권 지급이 현금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토지보상법에 위반된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이 때문에 LH는 보상계획을 3천700명의 대상자 중 70%에 이르는 현지인에게는 전액 현금, 나머지 30%의 부재지주에게는 현금 최대 1억원과 채권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변경했다.

협의요청통지서 발송 개시로 빠르면 이달 중 보상금 지급이 개시될 전망인 가운데 2조원 이상 풀릴 막대한 유동성은 또다른 관심의 대상이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 2기 신도시와 지방 혁신도시에 유입됐던 수조원의 보상금은 토지와 주택가격을 급등시키며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일으켰던 한 축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인 파주 운정3지구는 이전과 사정이 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보상금 지급을 예상한 다수의 지주들이 토지를 구입한 뒤 사업이 중단돼 보상금 대부분이 대출이자와 원금상환에 들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당시 토지구입과 관련된 대출액수가 1조원을 초과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또 파주와 가까운 경기 북부 지역이 수도권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라는 점도 전망의 근거로 제시됐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현지인들의 토지 매입 이후 사업이 중단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토지가격이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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