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덕 코람코자산운용 대표>

<부동산 고수 열전> 코람코, "채권은 가끔 거짓말"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채권은 가끔 거짓말을 합니다. 그런데 부동산은 그런 게 없어요."

부동산전업자산운용사인 코람코자산운용의 김영덕 대표는 반평생을 채권투자업에 종사한 '채권쟁이'다. 한국투자신탁을 시작으로 삼성투신운용, 신한투신운용, 조흥투신운용을 거쳐 코람코에 오기 전에는 공무원 연금공단 본부장을 역임했다.

명실상부한 채권 1세대인 그가 채권보다 부동산이 정직하다고 했다. "웅진사태를 보세요. A급 회사채가 부도를 냈잖아요? 부동산은 그런 큰 배신을 안기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는 확신이 느껴졌다.

12일 연합인포맥스와 만난 김영덕 대표는 내년까지는 회사 안정에 주력하고 2014년부터는 모든 국민이 빌딩을 하나씩 소유할 수 있도록 부동산 공모펀드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 회사창립 이후 2년 만에 총자산 7천256억 원, 수탁고 4천584억 원의 실적을 올린 실력자답게 경제전망, 공모형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PF)사업장의 문제점, 부동산 시장의 미래 등에 대해 막힘없이 풀어갔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유동성은 풍부한데 투자할 곳이 없다고 한다.

▲ 인플레이션 헤징은 부동산이다. 20~30년 장기 투자에 부동산만 한 것이 없다. 매년 5% 임대수익이 나는 부동산에 30년을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단순 수익률만으로도 150%에 이르지만, 복리 효과 등을 고려하면 투자 원본의 2.5배에서 3배까지 간다. 감가상각으로 건물 가치가 소멸해도 충분한 수익률이다. 거기에 잔존부동산의 추가 수익이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 가치가 생긴다.

지금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사모펀드 가입을 권유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는데 앞으로는 개인들도 가입할 수 있는 공모펀드를 내 놓을 생각이다. 얼마 전에 테헤란로를 가다 젊은이들이 "나도 저런 빌딩 하나 갖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올해와 내년은 회사의 내실을 다지고 2014년쯤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부동산 시장의 장래를 밝게 보는 것 같다.

▲경제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이룬 듯하다. 국내 오피스, 판매시설 등 상업용 부동산과 해외 특히 유럽, 북미지역 오피스 등은 유망하다고 본다. 이것은 철저히 기관투자자 관점이다. 주택시장은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구 증가율이 1% 미만이면 저성장 국면으로 보는데 우리는 이미 저성장기에 진입해 2018년이면 마이너스, 즉 초고령화에 접어든다. 그런데 주택보급률은 110%이다. 앞으로 150만 호만 더 지으면 선진국과 비슷해진다. 그러면 더 이상 주택을 지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주택수요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이 경제 양극화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지역적으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기대 자본이득의 감소로 여전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세제, 거래제한 등 정책변수에 민감한 특성 때문에 차기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지역별로 단기 이벤트가 있을 가능성도 있는데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용산역세권개발을 포함해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스(PF)사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PF사업장에 자금조달이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계획에 사업타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이 제시한 사업계획을 들여다보면 시장 타당성, 재무 타당성이 빠져 있다. 오피스, 호텔, 상가 등 업무시설, 숙박시설, 판매시설 비중이 들어서는 지역의 경제적 기반보다 너무 높다. 쉽게 말하면 수요 대비 공급 초과다. 어떤 투자자가 수요가 없는 상품 개발에 사업비를 투입하겠나. 이런 사업의 위험은 금융기관이 절대 인수하지 않는다. 결국 사업자,특히 건설 투자자인 시공사가 인수해야 되는데 여력이 없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던 수도권 신도시 공모형 PF 사업의 주거용 부동산도 경기 침체로 진행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용산역세권 개발도 마찬가지다.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하자. 31조 원이나 되는 사업비를 도대체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것인가.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그나마 사업성이 양호한 주거용 부동산 비중을 확대하고 4~5 단계(phase) 개발로 나눠 15~20년 장기개발 프로젝트로 가져가야 한다. 롯본기힐즈를 개발한 일본의 대표적인 부동산기업인 모리부동산이 그렇게 했다.

--오랫동안 채권투자를 하다 부동산으로 옮겨왔다.

▲채권투자는 굉장히 교과서적이다. 이론이 정교하고 신평사, 기업애널리스트들로부터 얻는 정보도 많다. 듀레이션에 맞춰 이자율 변동 위험을 회피한다든지 신용분석을 통해 원금 디폴트 회피한다든지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은 인간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게 크다. 같은 가격을 제시해도 뚜렷한 이유없이 팔기 싫어하는 매도자들이 있다. 똑같은 가격을 매도인에게 제시해도 코람코가 나서는 것과 다른 곳이 가는 게 다르다. 가격만 높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 투자자에게 다가갈 때도 마찬가지다. 수익률뿐만 아니라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 건물관리, 자금관리, 임차인 유치 등등이 맞아떨어져야 투자자들을 움직일 수 있다.

주식 채권은 가격 경쟁이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다. 완전경쟁입찰이 아니라 부분적인 경쟁입찰이 있을 수 있고 특수한 거래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부분이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제 역할을 한 뒤 제값 받고 서비스를 해주라는 이규성 회장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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