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FICC 사업이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FICC는 '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의 약어다. FICC는 외환과 금리 그리고 원자재 등과 관련된 현물과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곳을 말한다. 원조격인 글로벌 IB는 FICC 내에서 상품개발과 세일즈, 운용, 결제까지 거의 전 과정을 소화한다. 국내 일부 대형사도 글로벌 IB를 벤치마크하고 있지만 사업 규모나 시스템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에 꾸준한 투자가 전제된다면황금알울 낳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FICC 관련 부서를 둔 국내사는 10여 개사. 주요 증권사들을 찾아가 FICC 주력 분야와 비전, 인력구조, 수익구조 등 사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2006년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FICC를 도입했다. 사업 초기 외국계 은행인 ABN암로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전문인력을 직접 파견할 정도로 공조가 잘됐다.

다른 증권사들은 이름도 생소한 FICC에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사업 시작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본격적으로 FICC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게 2008년 이후의 일이다.

임한규 FICC그룹장(이사)은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우리투자증권은 아시아 넘버원 투자은행으로 변화의 핵심에 서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세우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선진IB에 대한 연구에 매진했다. 운용 상품을 세분화하는 것보다 한 곳에 모아서 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어 FICC팀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FICC팀을 처음 꾸린 이는 성철현 현 상품운용본부장(상무)이다. 임한규 이사는 2010년 10월부터 FICC그룹을 이끌고 있다.







<사진=임한규 우리투자증권 FICC그룹장. 지난 1995년부터 채권시장에 몸을 담았다. 자산운용사의 채권펀드매니저, 은행의 채권딜러, 증권사 채권트레이더 등을 경험한 채권운용의 산 증인이다. SH자산운용과 KTB자산운용, 국민은행, 맥쿼리IMM자산운용(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등에서 근무했다. 2007년 우리투자증권으로 옮겨와 채권운용팀장과 채권상품그룹장을 거쳐 2010년 10월 FICC그룹장으로 임명됐다.>



▲FICC팀에서 FICC그룹으로 확대= 현재 우리증권의 FICC그룹은 FICC투자팀과 FICC운용팀, FICC파생팀 등 3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투자팀은 기존의 채권운용팀이 이름을 바꿔 뒤늦게 FICC그룹에 합류했다. 채권운용팀은 단기플레이 위주였지만 FICC로 와서는 포지션 플레이로 매매 전략을 바꿨다. 이 팀은 환매조건부채권(RP)을 제외한 대부분의 채권을 운용하고 있다.

운용팀은 주로 이자율과 통화 관련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곳이다.

파생팀은 상품개발과 판매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생상품 포지션 일부를 맡아서 운용하는 등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증권 FICC의 강점은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 & Trading) 비즈니스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상품개발과 판매, 운용이 일원화된 선진 IB의 FICC 시스템과 가장 비슷한 구조다. 대부분 증권사가 운용 중심의 트레이딩 컨셉을 잡고 있는 것과도 차별화된다.

임한규 그룹장은 "트레이딩 중심의 FICC는 비즈니스의 연속성이 없고 시황에 따라서 수익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우리는 상품을 개발해서 고객층을 창출하고 고객돈을 운용·헤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비교적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FICC 사업 초기 리스크 축소 차원에서 프랍트레이딩(자기자본 거래)은 배제했다. 현재는 단계적으로 프랍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어느 정도 리스크 통제가 가능한 수준의 시스템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35명의 연합군' 1등 FICC를 일구다= 우리증권 FICC그룹에 소속된 전문인력은 35명에 이른다. 절반 이상이 외부 출신이다. 외국계은행과 자산운용사, 신용평가사, 채권평가사 출신 등 소속 직원들의 전문분야도 각양각색이다.

임 그룹장은 이런 다양한 전문가 풀에 더해 후선부서와 유기적인 협력 구조를 잘 갖춘 것이 FICC의 강자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FICC그룹이 법무팀을 가장 많이 괴롭히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IB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 사전 협력이 잘된다. 결제업무 등 백오피스의 업무 수준도 높다. 그동안 백오피스와 세일즈, 트레이딩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돼 FICC가 강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증권은 이자율스왑과 구조화상품 등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틈새시장을 계속해서 공략하고 있다. 외환거래와 원자재 관련 상품에서는 외국계 은행들과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을 많이 다루고 있지만 FICC 전체적으로 이익은 꾸준하게 내고 있는 편이다. 트레이딩 부문에서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세일즈 파트에서 손실분을 상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게 임 그룹장의 설명이다.

그는 "골드만삭스는 전체 수익의 75%가 FICC에서 나온다. 메릴린치도 한때 50%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 FICC가 이들 선진IB와 가장 비슷한 컨셉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사진= 우리투자증권 트레이딩센터 전경>

▲한국에서 FICC를 한다는 것= 국내 증권사가 채권과 FX, 원자재를 모두 취급하는 전통적인 FICC 사업을 영위하는 데는 아직까지 많은 한계가 따른다.

외환업무는 특히 외국환 취급 기관인 은행의 주요영역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우리투자증권은 과거 종금업을 영위한 경험으로 증권사 중에서는 외환거래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대형 증권사라고 해도 자본력에서 은행에 크게 뒤쳐진다는 게 결정적인 약점이다.

임한규 그룹장은 "외환업무의 핵심은 선물환 거래 등 대고객 헤지이지만, 수조원대의 선물환을 거래하는 대기업들은 은행보다 자본규모가 작은 증권사와 계약을 맺기가 어려운 구조다. 환전업무는 국내 시중은행이, 선물환 헤지는 자본과 시스템이 뒷받침된 외국계은행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증권사 FICC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임 그룹장은 "은행 세일즈 입장에서 보면 증권사는 좋은 고객이다. 증권사가 은행업무를 시작하면 자연적으로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어서 은행들은 증권사를 리그테이블에 포함시키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사들이 틈새시장을 계속 찾고 있는 것도 전통적인 개념의 FICC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과도하게 거래 상대방 위험을 취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등의 수단으로 간신히 크레디트라인을 꾸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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