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FICC 사업이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FICC는 '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의 약어다. FICC는 외환과 금리 그리고 원자재 등과 관련된 현물과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곳을 말한다. 원조격인 글로벌 IB는 FICC 내에서 상품개발과 세일즈, 운용, 결제까지 거의 전 과정을 소화한다. 국내 일부 대형사도 글로벌 IB를 벤치마크하고는 있지만 사업 규모나 시스템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에 꾸준한 투자가 전제된다면 새로운 황금알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FICC 관련 부서를 둔 국내사는 10여 개사. 주요 증권사들을 찾아가 FICC 주력 분야와 비전, 인력구조, 수익구조 등 사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김응삼 KDB대우증권 파생운용본부장(이사)는 FICC업무가 제조업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채권ㆍ외환ㆍ신용상품 등의 재료를 들여오면 DLS(파생결합증권) 등의 다양한 구조화상품으로 가공하고, 만들어진 상품을 다시 세일즈부서에서 판매하는 제조업과 비슷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사진 = 김응삼 KDB대우증권 파생운용본부장(1964년생). 서울 대광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공부했다. 지난 1989년 대우증권에서 증권업계 경력을 쌓기 시작해 1995년부터는 투자공학부 선물옵션운용역으로 일했다. 1999년에는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전략운용팀에서 코스피 선물, 옵션 운용을 계속했고 2006년부터는 전략운용팀장을 맡아 장외파생상품운용을 담당했다. 2008년에는 친정인 KDB대우증권으로 복귀, ELS운용부장과 Equity 파생부장을 역임했고 2011년부터 대우증권 파생운용본부를 이끌고 있다>



▲ 파생상품 직접 설계..'4년간 투자' = 대우증권은 파생결합상품을 직접 만드는 증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파생상품을 단순히 판매만 하는 증권사들과는 달리 파생상품 설계ㆍ가격산정ㆍ판매까지 직접 진행하는 비율이 높다.

김응삼 본부장은 26일 "FICC상품을 자체적으로 제조ㆍ판매하는 분야와 외사에서 조달하는 비중에 균형을 두기위해 자체상품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있다"고 밝혔다.

파생결합상품을 직접 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일단 시장의 수요를 파악해 어떤 상품을 만들지 아이디어를 내야하고, 이를 현실에 구현해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고안된 상품을 시스템화할 시스템 개발부서는 필수적이다. 또 만들어진 상품의 리스크를 분석하고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여기에 증권사의 전체 북(book)에 상품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서 북 밸런스를 점검할 팀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차원에서 리스크를 점검해줄 별도의 부서도 있어야한다. 그리고 기관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할 이해도가 높은 세일즈 부서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헛수고다.

대우증권은 지난 4년간의 노력 끝에 이같은 필수요소를 어느정도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대우증권은 금융투자상품으로서 파생결합증권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지난 2008년 4월 Fixed Income(금리), Currency(외환), Commidity(상품), Credit(신용) 관련 파생상품을 제공하는 전담조직으로 FICC파생부를 설립해 운용과 판매 등의 기능적인 분화과정을 진행한 끝에 지난해 현재와 같은 조직구조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김 본부장은 "FICC 업무를 통해 발행ㆍ운용수익과 판매수익을 노리고 있다"며 "아직 수익비중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FICC업무, 기능별 분산배치..'전문성 강화' = KDB대우증권은 FICC 업무를 기능별로 분산 배치했다. 각 분야별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우선 운용부서는 기초자산과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등의 자체헤징 포지션과 운용전략을 수립하고 포지션운용을 위한 금융투자상품 등의 매매업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세일즈부서는 설계된 구조화상품을 판매하고, 신디케이트부서는 상품아이디어 및 각 부문간 의견 조율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고안된 상품의 시스템화는 시스템 개발부서에 맡긴다.

외환거래의 경우, 외환파생상품에 대한 헤지목적 거래 이외의 환전 및 결제업무는 별도의 담당 부서에서 처리한다.

김응삼 본부장은 "이러한 기능들을 한 부서에 담는 증권사들도 많은데, 대우증권은 기능별로 분산시켜 전문성에 중점을 두고있다"고 설명했다.

▲ "파생금융상품 공급자 될 것" = 김 본부장은 '대우증권이 차지하는 자체운용 FICC비즈니스 분야에서의 위상은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내 주요 경쟁사를 묻는 질문에 "국내증권사의 경우 아직 자체운용 FICC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지 않아 자체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있다"고 밝혔다.

파생금융상품 분야는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가기 쉽지 않은 구조다. 다양한 금융시장환경에 맞는 폭넓은 상품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고, 또 개별 상품들이 증권사 전체 북(book) 안에서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4년간 금융시장 환경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만들었느데, 이제야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설계한 상품을 프로그램화하고 다양한 경우에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 위해서는 금융공학에 능통한 인재들도 필요하다. 김응삼 본부장은 "우리도 이정도 되는데 4년이라는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며 "새로 시작하는 업체가 실력있는 인재들과 관련 프로그램, 그리고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려면 그 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운용을 위해서 들인 노력은 파생결합상품과 관련된 파생결합상품과 관련된 회사 전반의 수준을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상품 제작과정을 함께하는 대우증권의 세일즈팀은 단순히 상품을 들여오는 곳에 비해 이해도가 깊을 수밖에 없다. 김 본부장은 "파생금융상품은 아무나 가지고나가서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세일즈 부서의 깊이 있는 이해 없이는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들여온 상품을 평가하고 리스크와 수익구조를 분석하는데도 유리하다. '장인(匠人)' '상인(商人)'은 물건을 보는 깊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응삼 본부장은 "궁극적으로 유수한 해외IB 및 국내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 공급 센터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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