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FICC 사업이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FICC는 '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의 약어다. FICC는 외환과 금리 그리고 원자재 등과 관련된 현물과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곳을 말한다. 원조격인 글로벌 IB는 FICC 내에서 상품개발과 세일즈, 운용, 결제까지 거의 전 과정을 소화한다. 국내 일부 대형사도 글로벌 IB를 벤치마크하고는 있지만 사업 규모나 시스템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에 꾸준한 투자가 전제된다면 새로운 황금알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FICC 관련 부서를 둔 국내사는 10여 개사. 주요 증권사들을 찾아가 FICC 주력 분야와 비전, 인력구조, 수익구조 등 사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동양증권 FICC는 채권 트레이딩과 리테일(소액판매)로 압축된다. FICC의 사전적 의미 중 통화(FX)와 원자재(Commodity) 부문에서는 사실상 손을 뗐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먼저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동양증권 FICC는 작년 중반까지 본부체제로 운영됐다. FICC본부 내에 FICC 트레이딩팀과 FICC 프러덕트팀, FICC & 파생세일즈팀, 파이낸셜프러덕트팀, 에쿼티세일즈팀이 있었다.

작년 말 이 중에서 FICC 트레이딩팀과 FICC 프러덕트팀은 트레이딩본부에 편입됐다.

채권운용이 중심인 트레이딩팀은 프랍(자기자본)운용과 환매조건부채권(RP)운용 파트 등으로 분류해 17명의 전문 운용인력을 두고 있다. 국고채전문딜러(PD) 역할도 이 팀에서 담당한다.

프러덕트팀은 소액채권 판매(리테일)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일부 소액채권을 직접 운용하기도 한다.

기승찬 FICC 트레이딩팀장(부장)은 00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통화와 원자재 관련 상품까지 운용을 했지만, 현재는 채권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통화상품부터 시작해서 점차 운용 대상을 늘려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기승찬 동양증권 FICC트레이딩팀장.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동양증권 채권팀으로 입사해 자금팀장 등을 거쳤다>



▲채권시장 정통의 강자 노하우는 = 동양증권은 채권시장 정통의 강자로 통한다. 그 기반이 됐던 것은 10년 넘게 쌓인 리테일의 노하우다.

오랜 기간 채권시장은 '그들 만의 리그'로 통했다. 일반 투자자는 채권을 사고 싶어도 창구가 마땅치 않았다.

지금도 채권시장은 기관투자가 등 전문가 중심의 시장이기는 하지만, 개인이 통할 수 있는 문도 조금씩 열리는 추세다. 적어도 소액채권 시장에서는 동양증권은 선각자나 다름없는 존재로 평가된다.

동양증권은 10여 년 전인 지난 2003년부터 신협과 상호신용금고, 단위농협 등 지역금융기관에 대한 리테일 영업을 시작했다. 연간 20~30회에 걸쳐 지역금융기관 직원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일반인들에게 채권은 너무나 생소한 투자 대상이었다. 초기에는 장시간 설명을 해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가 많았다. 경쟁 증권사들도 동양증권의 지역금융기관 공략을 무모한 전략이라고 봤다.

카드사태가 터졌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였다. 카드채 금리가 급등할 때 LG카드채를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25%였던 카드채 금리는 10%대로 떨어졌다. 리테일 판매로만 300억원 넘게 이익을 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해외에서 유통되던 외화표시채권을 국내로 되사와서는 이를 고객들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동양증권의 리테일 판매액이 월 6천억원대에 달했다.

동양증권의 성공을 확인한 증권사들은 우후죽순 리테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사이 리테일은 출혈경쟁 구도로 접어들었다. 절대금리 레벨이 낮아지면서 영업 환경은 더 악화됐다.

기승찬 팀장은 "일부 증권사들이 시장 진입을 위해 노마진으로 소액채권을 파는 등 제살깎아먹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지금보다 금리 수준이 높아져야 리테일 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테일, 시스템으로 승부한다 = 리테일 시장에 경쟁사가 급속도로 늘어났지만, 동양증권은 여전히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경쟁사들이 오랜 기간 누적된 동양증권의 시스템을 단숨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채권과 크레디트 리서치 분야에서 동양증권은 업계 최강자로 꼽힌다. 리서치센터 내 채권분석팀 인력만 10명이 넘는다. 채권 리테일의 든든한 우군들이다.

리테일은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과 공동 작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남들이 취급하기 어려운 'BBB 이하' 등급 회사채 중에서도 우량채를 선별할 수 있는 분석능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취하면서도 디폴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고객을 만족시키고 경쟁에서도 앞설 수 있다.

동양증권은 리테일검토위원회라는 의사결정 기구도 따로 두고 있다. 위원회는 트레이딩본부장과 리테일 관련 임원, 리스크 부서 팀장과 임원, 리서치 팀장과 임원 등으로 꾸려진 전문화된 기구로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기승찬 팀장은 "내부적으로 책임을 지자는 차원에서 의사결정 기구와 리서치 조직이 강화됐다"며 "우리 회사만큼 리테일 프로세스가 잘 갖춰진 곳은 없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채권운용 팀플레이에 집중…단기매매 자제 = 동양증권 FICC는 채권 트레이딩과 리테일을 통해서만 지난 회계연도에 300억원 넘게 이익을 냈다.

RP잔고를 예년보다 1조5천억원가량 줄인 상태여서 이익 창출이 쉽지 않았지만, 장기물을 편입하고 금리스와프(IRS)로 헤지하면서 부가 수익을 냈다. IRS 헤지로만 지난해 60억~70억원 규모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동양증권 트레이딩팀의 기본 운용전략은 경기 판단을 기초로 한 중기투자다. 단기매매는 최대한 자제해 왔다.

기승찬 팀장은 "일일 운용손익에 집착하다 보면 포지션을 자주 바꾸게 되고 어느 순간 운용자가 생각하고 있는 큰 그림과 반대되는 운용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참을 수 있어야 시장을 이길 수 있고, 방향성에 대한 판단이 확고할 때는 공격적으로 운용해야 진정한 성공을 맛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양증권 트레이딩팀은 연초부터 기존의 '롱뷰'를 '숏뷰'로 전환해 3월 금리급등 과정에서도 손실이 크지 않았다. 6개월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물 포지션을 확대했다. 장기물은 철저하게 헤지에 들어갔다.

헤지가 안 되는 단기물은 금리가 오르면 일시적으로 평가손이 날 수는 있지만, 잘 활용하면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단기 손익만 따진다면 취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기 팀장은 "금리가 올라도 단기물의 만기가 계속 돌아오기 때문에 만기 상환 후 고금리채로 갈아탈 기회가 생긴다"며 "금리가 오른다는 판단이 서더라도 완전한 숏포지션을 취하는 것보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유용하다"고 말했다.

기 팀장은 채권 매매에 있어서 개인이나 파트별 운용보다는 팀플레이를 중시한다는 점도 동양증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컨대 RP운용파트에서 국고3년 채권에 대해 매도 관점을 유지하고 PD파트에서는 매수로 대응하려 한다면 자체적인 회의를 거쳐 의견조율을 한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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